“키코 손실 이곳저곳 찔끔 지원 … 회생 가능성 큰 곳에 집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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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기업 우선 지원=금융위원회는 4일 키코 손실로 흑자도산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보증기관이 은행 대출금의 40%까지 20억원 이내에서 보증을 서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코 손실 기업 등이 은행에 신용평가를 신청하면 은행은 2주 안에 평가를 마친 뒤 개별 기업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최상위 등급(A등급)은 은행이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지원하고, 둘째 등급(B등급)의 기업에 대해 이번 지원 대책이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키코 손실 기업에 대해선 ‘키코 계약은행 협의회’가 별도로 구성돼 기업 보유 채권의 유동화, 손실금의 대출 전환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기업 측에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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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협의회에서 지원이 결정되면 한 달 안에 대출이 시행된다”며 “서너 달씩 걸리는 보증 절차도 이 기간 안에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7일부터 자금지원을 하고, 다음달 중순까지는 키코 손실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마무리한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기업이 이의신청을 하면 민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공동평가협의체에서 다시 심사를 하도록 했다. 억울하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 건설사 등 일반 중소기업에 대해선 은행 대출금의 60~70%까지 10억원 이내에서 보증이 지원된다.

◆“헛돈만 쓸 것” 우려도=키코 손실로 40여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보증 비율을 40%로 제한하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 해 또다시 부도 위험에 몰릴 수 있다”며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선 보증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40%의 보증을 통한 대출이 헛돈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에 생색내기용으로 찔끔찔금 나눠 줄 게 아니라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은 보증 비율을 높이고, 채무를 갚았을 때 상환된 보증을 다른 기업에 적용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일 때 환헤지 피해기업 대책위원회 소속 146개 기업의 평가 손실은 98억5000만원, 1200원일 땐 75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증 비율 40%에, 최대 20억원까지 대출을 받아도 손실액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한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기업이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보 등의 보증한도는 20억원이지만 은행의 자체 판단에 따라 추가 대출이 나갈 수 있다”며 “최대 50억원까지 대출될 수 있어 기업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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