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단 금융대책 칼바람 예고-은행 이사 수 절반이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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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산업에 「A급 태풍경보」가 떨어졌다.은행장을 비상임이사들이 뽑도록 하는 책임경영체제 강화방안이 나온데 이어 부실 금융기관의 강제합병,사실상의 정리해고제 도입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 구조개선 방안이 발표되는등 변혁의 바람이 쉴 새없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금융산업 대책은 단순히 「금융기관도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하는 정도가 아니다.「변하라」는 것이다.알아서 감원을 포함한 경영합리화에 나서도록 하되 일단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반강제로 흡수합병을 종용하고,이 경우 부실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해고까지 감수해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금융기관은 누가 뭐래도 「안정된 직장」의 대명사였다.한번 들어가면 본인이 큰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한 적지않은 보수에 정년이 보장되는 흔들림없는 직장이었다.상사들이야 국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금융기관들은 외국보다는 국내 장사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의 바람도 덜 타온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런 「좋았던 날」이 계속되 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최근에 쏟아진 일련의 정책들이 금융기관,특히 은행에 미칠 파장을 부문별로 분석한다.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은행 책임경영체제 강화방안이 은행법 개정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되면 당장 은행마다 임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를 안게 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새로 구성될 은행의 이사회는 납입자본금 5천억원이상의 대형은행들은 11~25명,5천억원 미만은 7~15명의 이사를 두게 된다.이중 현재의 은행경영진을 가리키는 상임이사 수는 전체의 절반이하로 묶고 있다.
따라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현재 이사회를 상한선인 25명까지 구성할 경우 상임이사 수가 최고 12명으로 제한된다.자본금이 5천억원을 밑도는 후발은행과 지방은행의 경우 상임이사 수는7명이내가 된다.
현재 조흥.상업등 대형 시중은행의 상임이사 수는 14명(감사제외)선이므로 최소 임원 두자리는 줄여야 한다는 것.지난해부터시중은행에 합류한 국민은행의 경우 납입자본금이 5천억원에 못미쳐(4천6백44억원) 현재 13명(감사제외)인 임원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정부가 국민은행의 경우 총자산.자기자본등의 기준을 감안,대형 시중은행과 상임이사 수를 같게 해주는 구제방안을 강구중이긴 하나 어쨌든 이사 감원의 부담은 안게 된다.
정부는 일반은행 임원 2백28명중 내년에 임기만료되는 임원들이 1백여명 가량 되므로 이들의 후임을 메우지 않는 방식으로 현직 임원들의 강등사태를 피하면서 임원 감원문제를 해결해 나갈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따라 임원들의 운 명이 결정되는내년 은행 주주총회는 사상 유례없는 「생존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은행마다 임원자리가 한두개씩은 줄어들게 된다.은행원의 꿈인 「별자리」수가 줄어드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수밖에 없다.
특히 임원자리가 사정권안에 들어와 있다고 기대하고 있던 주요부장및 지점장급(1급) 직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대형시중은행의 한 고참부장은 『살맛이 안난다는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전한다.
은행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이사대우나 집행이사등의 명칭으로임원대우는 해주면서 이사회 참여는 제한되는 「반쪽이사」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이다.그러나 정부안이 임원수를 줄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어 이도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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