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근영사 피살사건 외교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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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덕근(崔德根) 블라디보스토크 영사 피살사건이 앞으로 남북관계와 한.러관계,나아가 북.러관계에 미칠 외교적 파장에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물론 현단계에서 파장을 점치기는 어렵다.북한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설사 북한인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북한당국의조직적 개입여부를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 망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돼 국제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몰고올지 여부는 전적으로 사건 성격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금품을 노렸거나 개인적 원한등에 의한 단순 형사사건으로 성격이규명될 경우 외교문제로 불똥이 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특수요원에 의한 범행이거나 범행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것으로 명백히 확인될 경우에 한해 외교적 파장을 예상할 수 있다. 만의 하나 북한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엄청날 전망이다.남북관계가 완전히 얼어붙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은 수사의 신뢰성문제를 트집잡아 러시아를 치열하게 공박할 것이불보듯 훤해진다.아웅산사건때도 북한은 북한공작원 진모에 의한 폭발을 밝힌 미얀마를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북한의 개입을 부인한바 있다.
특히 타국영토에서 제3국인을 살해한 행위는 엄연한 주권침해에해당하는 만큼 최근들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북.러관계의 급속한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문제는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테러」로 유엔안보리에 회부돼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상된다.또 중국에서 북한인에 의해 납북된 안승운(安承運)목사건이 한.중간 외교현안으로 제기됐듯이 살해범 처벌문제가 한.러 양국간 외교쟁점으 로 대두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對北)관계 개선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가 없고우리 정부의 양해를 얻지 못하는 한.미.일의 대북관계 개선속도는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인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러시아 당국이 범인 개인차원의단순살인 사건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이전망에는 배후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외에 외교적 파장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려있다.단순 형사사건으로 종결되더라도 범인은 형법상 가중처벌을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국제협약은 외교관을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인물」로 규정,외교관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토록 하고 있어崔영사 살해범은 러시아 형법에 규정된 살인죄 이상의 가중처벌을받게 되는 것이다.
배명복.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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