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본사후원 '사랑의 일기쓰기' 제2회 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금천구시흥동 신흥초등학교 교장실은 항상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한 권의 일기장을 다 쓴 학생들이 담임교사가 써 준 「칭찬카드」를 부모님께 보여드린 후 황찬원(黃燦元)교장에게서 새 일기장을 받아 가려고 드나들기 때문이다.
3학년 한수진(9)양의 일기장 9월19일자에는 「잠수함을 타고 온 무장간첩」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은 굶주리는 사람도 매우많다는데 전쟁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으니 한심하다.강원도 부대에 있는 우리 오빠도 고생하는 군인들 틈에 있을 텐데…』하는 내용이 나온다.
지난해만 해도 전교생 1천78명 가운데 일기를 쓰는 학생이 80여명에 불과했던 이 학교에 「사랑의 일기」 바람이 분 것은그 해 11월 중앙일보 주최 자원봉사대축제에서 「도로청소,가로수에 거름주기」로 학교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때 받은 상금 1백만원을 「사랑의 일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회장 김부성)에 기탁하자 그곳에서 선물로 「사랑의 일기장」 1천권을 보내온 것이다.지금은7백69명이 일기장을 메워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黃교장은 『일기쓰기는 인성교육에 가장 효과적』이라며 『특히 「사랑의 일기」에는 인사하기.질서지키기.환경보호.고운말사용등의항목이 있어 어린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으로 이 학교는 4일 「사랑의 일기」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나 학생들에게 그동안 매일 일기쓰기를 지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써야 할 일기를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억지로쓰게 할 경우 자칫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될 우려가 있는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연구부장 서기연(徐淇連)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칭찬해 주고 교사들도 일기 뒤에 짧은 메모를 써 넣어 관심을 보여주자 학생들이 신나게 일기를 쓰는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요즘은 일기쓰기가 활성화되면서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까지 아이들 일기를 봐주고 있다.이틀에 한번 정도 일기를 쓰는 저학년은 방과후 읽어보고 매일 쓰는 고학년은 매일 검사하되 돌아가면서 읽어보고 대화식으로 짧은 답장을 써 주는 선생님도 있다.일기쓰기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의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59.2%가 일기쓰기가 「아동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24.6%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 전체의 83.8%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학생들도일기를 써서 좋은 점으로 「생활을 반성할 수 있 다」(66.4%)를 꼽았다.
2년간 15권의 일기를 썼다는 4학년 김성우(10)군은 『지난주에는 놀다가 늦어 어머니가 「들어오기만 해봐라」고 말씀하신것을 일기에 옮겨 놓았더니 어머니께서 이를 읽고 화를 푸신 적도 있다』며 활짝 웃는다.
윤리주임 이영애(李永愛)교사는 『사랑의 일기 쓰기는 학생들의생활태도를 바꾸는데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