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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28>최경주 매서운 눈에 담긴 냉정과 열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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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골프선수 최경주(38).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노란색이 섞인 듯한 갈색 눈동자는 무섭기까지 하다. 웬만한 이는 그의 눈빛만 쳐다보고도 기가 질린다.
“고등학생 때 서울에 올라와 명동 거리에 나갔는데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어요. 주먹깨나 쓰는 건달이 많았지만 나한테는 범접하지 못하더라고요.”

최경주가 사석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최경주의 눈이 무섭다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은 2003년 8월 PGA챔피언십(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골프장)에서였다. 2라운드까지 상위권을 달리던 그는 3라운드에서 8오버파를 기록하면서 무너졌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 기자들이 조심스럽게 소감을 묻자 그는(오버파가 아니라) 언더파를 친 사람처럼 빙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따, 오늘 거리가 안 맞아서 하루 종일 고생했고마.” 부진한 성적을 안고 돌아와 신경질을 낼 법도 했건만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선선히 대답을 이어갔다.

“캐디가 145야드라고 하기에 그대로 믿고 샷을 했지요. 그랬더니 10야드나 길게 나가요. 다음 홀에선 180야드라고 해서 쳤는데 이번엔 10야드가 짧아요. 하루 종일 그런 식이었어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지.”

우리말로 인터뷰를 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을 텐데 옆에 서 있던 벽안의 캐디는 잔뜩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이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캐디가 조심스럽게 최경주에게 물었다. “KJ, 퍼팅 그린으로 갈 건가요, 아니면 식사를 먼저 할 건가요.”

최경주는 캐디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듯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KJ, 퍼팅 그린으로 갈 건가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경주는 이번엔 왼편으로 얼굴을 돌렸다.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고, 눈빛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가 캐디의 질문을 못 들었을 리 만무했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캐디에게 최경주는 그런 식으로 분노를 표시한 것이다. 일순간에 달라지는 그의 눈빛을 보며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경주는 곧 그 캐디를 잘라 버렸다. 그러고 나서 영국 출신의 베테랑 캐디 앤디 프로저를 고용했다. 나중에야 그는 캐디를 교체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두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계속된다면 곤란하다. 게으르거나 능력이 모자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경주의 눈빛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그의 눈은 여전히 이글거린다. 그의 옆자리는 5년이 넘도록 충직한 캐디 프로저가 지키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날씬해진 최경주의 몸매다. 91㎏에서 85㎏으로 올 들어 6㎏이나 살을 뺐단다.

“골프는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끝없는 도전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클럽을 놓을 때까지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과감한 결단력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최경주 골프의 요체다. 불성실한 사람은 단칼에 내치지만 한번 믿음을 준 사람과는 끝까지 함께 가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주말 골퍼들은 물론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도 배워야 할 덕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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