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미국을 뒤흔드는 빈곤 비즈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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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츠츠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수첩, 224쪽, 1만2000원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서프브라임 모기지론, 민영화된 의료 보험 제도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뒷받침하는 힘이라면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미국식 자본주의의 이면을 조목조목 짚어낸 이 책을 덮는 순간 전쟁터로 내몰리는 미국 빈곤층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사회보장비 삭감과 민영화 정책으로 상당수의 미국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저소득층은 다중 채무자라는 꼬리표를 단 채 일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됐다. 저자는 그 중심에 사회·경제적 약자인 이들을 겨냥한 ‘빈곤 비즈니스’가 있다고 말한다. 파산 경험이 있거나 신용 카드를 만들 수 없는 저소득층과 불법 이민자를 시장에 편입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표적인 예다. 맹장염 수술로 하루 입원한 환자에게 1만2000달러(1640여 만 원)의 청구서를 발송할 만큼 무자비한 의료 보험 회사와 민영화된 학자금 대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빈곤 비즈니스가 양극화된 사회 구조와 맞물려 사회적 약자를 제물 삼는다”고 강조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국가 차원의 빈곤 비즈니스인 ‘전쟁’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생활 터전을 잃고 살 길이 막막한 이재민, 의료비 부담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군인이나 용병, 또는 군무 하청 업체의 파견 직원으로 전장인 이라크로 떠난다. 이데올로기가 아닌 생활고 때문에 전쟁터로 내몰리는 이들이 정부와 하청 업체의 거대한 이익을 위한 ‘전쟁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존재인 셈이다. 때문에 저자는 정부가 전쟁 비즈니스를 계속하려면 사회적 격차만 확대시키면 된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민영화의 덫에 빠진 적나라한 미국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다. 더 섬뜩한 것은 이 책에서 그려진 미국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올해 일본에세이스트 클럽 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원문의 문제인지, 번역 상의 미흡함인지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이 읽는 맛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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