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직장포기 75%-서울.수도권 기혼여성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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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결혼하면 여성은 퇴직해야 되는 것일까.금융기관들의 「결혼퇴직각서제」가 여러해전 폐지되고 적어도 제도적으로 여성들의 결혼퇴직을 강요하는 일은 사회전면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결혼은 직장여성들이 맞는 큰 벽인 것같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서울및 수도권의 약 2천5백명의 기혼여성들을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여성의 재취업구조와 특성」 보고서는 그같은 현실을 말해준다.
이에 따르면 미혼직장여성(임금근로자)들의 74.9%가 결혼과함께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이 결혼하더라도 첫자녀 출산시기까지는 계속직장을 다니는 외국의 경우와 좋은 비교가 된다.우리여성들의 결혼퇴직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여성에게 몰린 가사노동 부담이 큰데다 암묵적인 결혼퇴직제도나 관행이 존재하기 때 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명시적 제도가 아니더라도 사무실내 분위기나 가정과 직장을 양립하기 어렵게 하는 경직된 근무시간.근로환경등이 여성들의 결혼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첫자녀 출산시기까지를 포함하면 불과 15%내외의 직장여성들이결혼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막내를 출산할때 쯤이면 10명의 기혼직장여성중 1명만이 직장을 계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종별로는 사무직의 결혼퇴직률이 가장 높아 80.2%였고 그다음은 생산직 70.3%,판매직 68.8%,서비스직 57.4%,전문관리직 49.4%,농수산직 25.1%등의 순이었다.
전문관리직의 결혼퇴직률이 비교적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임금및근로조건이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이는 학력별로볼때 대졸여성(55.0%)이 고졸여성(75.2%)에 비해 결혼퇴직률이 낮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기혼여성들이 재취업하는 경우는 대체로 막내자녀 출산이후부터 막내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까지.재취업률은 아주 낮다.
결혼전 취업했던 여성의 22.2%만이 재취업한다.미혼때 직종보다 하위직이나 저임직에 재취업하고 있다.
재취업한 여성들의 미혼때 종사직을 보면 상용직이 62.4%,무급가족종사자가 21.3%,임시직이 14.0%,고용주및 자영업자가 2.3%등의 순.그러나 이들의 재취업 자리는 임시직과 무급가족종사자를 합해 30.1%로 가장 많았고 상용 직은 16.
1%에 불과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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