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기고>'변화의 태풍' 몰고온 대학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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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니얼 벨은 어느 책에서인가 「21세기를 이끌어갈 나라는 과연 어느 곳일까」를 자문하면서 「미국이 결국 그 나라가 아니겠는가」라고 자답한바 있다.지금은 비록 미국이 마약.범죄.폭력등으로 중증의 병을 앓고 있지만 21세기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지속적으로 발휘할나라는 미국뿐이되 특히 미국의 대학들이 그런 능력 발휘의 핵심체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대학의 경쟁력이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우리 는 벌써 깊숙이 들어와 있다.요즈음 계속 하락해 가는 국가 경쟁력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런 전조를 이미 대학교육의 후락(朽落)함 속에서 예견했어야 했다. 그러나 비록 늦었지만 우리의 대학사회도 서서히 바람이 불고 있다.대학이 대학답게 운영돼야 하고,대학다운 시설과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자성(自省)의 소리와 의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최근 2~3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대학의변화 모습이다.
어떤 힘이,어떤 계기가 이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것일까.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 요소는 역시 「대학평가」라고볼 수밖에 없다.전국의 1백60여개 대학이 국가가 보장해준 제도적이고 행정적인 굴레 속에서 편안하게 안주하면 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군림해 오던 관행을 누가 깼는가.우선 대학교육협의회의종합평가인정제도에 따른 대학평가가 그런 관행을 깨기 시작했고,이어 94년부터 시작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본격적인 대학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대교협 의 대학평가가 몇개의 소수학과와 점진적인 평가에 머물러 답답함을 느끼게 해줄 때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거의 모든 학과와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한 야심찬 그러나 겁나는 (?) 대규모 평가를 시도했다.
처음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그 엄청난 반향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시비,억울함에 대한 하소연등.그러나 그런 분분함은 잠시였고,그 다음해 보고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는 대학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촉발시켰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활성화되고,특성화되며,일류화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조치는 대학평가의 활성화뿐이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작업이 이제 3년차에 이르러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는 느낌은 있다.오래된 대학의 무사안일 관행이 대학평가를 통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그러나 정작 시작은 이제부터다.그간의 대학평가가 정량적 분석과 비교에 치중돼 왔다면 이제부터는 질적인 분석과 비교로 무게의 중심을 옮겨가야 한다.사람을 외모와 관찰되는 객관적 지표로만 분석하고 비교할 수 없듯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을 외적인 통계지표로만 분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특히 대학이 특성화와 자율화, 그리고 일류화를 지향한다고 하면 남과의 비교는 더더욱 무의미해진다.자기 자신의 교육력진보와 능률화를 준거로 한 평가들이 중요해진다.
문용린 서울대교수.敎改委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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