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난해에도 침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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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해안에 침투한 무장공비의 소탕작전이 나흘째로 접어 들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토벌에 임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우리측에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작전이 속히 마무리되기를간절히 바란다.지금 작전지역인 강원도는 물론 온 나라가 이들로인해 술렁거리고 불안스러운 만큼 무엇보다 완벽하고 신속하게 작전을 종결시키는 것이 급선무임을 군지휘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전과정을 지켜보면 어딘가 미흡하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우선 이번에 침투한 일당의 성격 자체가 매우 모호하다.우리는 이들이 무장공비냐,무장간첩이냐의 정의(定義)를 놓고 시비할 생각은 없다.무장공비든,무장 간첩이든 북한이 우리를 노리고 남파한 것은 분명한 만큼 이들을 철저히 색출해 응징해야 한다.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들의 성격 파악이 제대로 안되는데 따라 작전에도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국방부의 말대로 무장공비라면 무력도발징후가 뚜렷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사살되거나 발견된 시체를 보면무장이 매우 허술하고 무력대응도 시원치 않았다는 점 등이 이상하다.만약 이들이 정보수집을 위한 간첩으로 무장이 빈약하다면 생포하는 쪽에 역점을 두 고 작전을 전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따라서 군지휘부는 이들의 침투목적.성격 등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생포된 공비의 자백에만 의존해 침투규모와 왜 왔으며,무엇을 했나가 매일매일 다르게 보도되니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우리는 이들이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한차례 이 지역에 침투했으며 이번에도 며칠 사이 세차례나 들락거렸다는 생포간첩의 진술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도대체 우리 경비 태세가 얼마나 허술하기로 적군(敵軍)이 우리 영해와 해안을 제집 드나들듯이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이번 작전이 종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해안방어망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특히국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지휘부의 각성과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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