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8 3분기 펀드 평가] 투자전략 어떻게 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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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 상반기 말 모든 펀드 전문가는 “하반기엔 눈높이를 더 낮추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3분기 석 달 동안 주식형 펀드는 국내·해외 가리지 않고 참담한 성적을 냈다. 국내 채권형 펀드도 은행 금리에 턱없이 못 미치는 평균 수익률(0.41%)에 만족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펀드 투자 전략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투자기간 가장 중요=요즘 세계 증시는 쳐다보기 무서울 정도다. 증시 선진국이라는 미국·유럽도 주가지수가 하루에 5% 넘게 빠지는 게 예사다. 신흥국 증시는 하루 10%쯤은 우습다. 지난해 말 고점에 투자한 사람은 이미 손절매 시점을 놓쳤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줄어드는 원금을 마냥 바라보고 있는 것도 고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다. 손해를 회복하려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기다릴 수 있다면 계속 납입하며 견뎌보는 게 좋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돈이 필요해서든, 마음이 약해서든 기다리기 힘들다면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한목에 다 찾기보다는 주가가 그나마 나을 때 조금씩 부분 환매하는 편이 손해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환매할 때는 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날은 피해야 한다. 악재가 부각돼 모두가 주식을 내던지는 날 환매했다간 가뜩이나 심한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주식·주식혼합형 펀드는 오후 3시 이전에 환매하면 당일 종가로 찾을 돈이 확정된다. 해외 펀드는 어차피 며칠 뒤 종가가 반영되므로 당일 주가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

◆자산배분 재점검=지금은 현금을 최대한 많이 들고 있는 게 좋다.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진 뒤 올라갈 조짐이 보일 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여유가 있다면 하루만 맡겨도 연 5% 넘는 이자를 주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한동안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만기가 너무 긴 상품은 주가 흐름에 따라 발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금융자산이 한 곳에 너무 집중돼 있다면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일부 비중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국내 투자자가 왕창 물려 있는 중국 펀드가 대표적이다. 물론 길게 보면 중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느 나라 증시가 더 빠질지 알 수 없을 때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로 세계 각국의 소비가 줄면 그간 생산설비에 많은 투자를 한 중국 경제가 당분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도 성장형과 가치·배당주 펀드로 나눠 놓는 편이 좋다. 주가 하락기엔 가치·배당주 펀드가 그래도 잘 버티고, 나중에 주가가 다시 오를 땐 성장형의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형주 비중이 너무 높은 가치형 펀드는 요즘 같은 땐 적합하지 않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했는데 변동성이 외려 더 클 수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분석팀 부장은 “가치형 펀드가 코스피지수에 비해 수익률 등락이 더 심하다면 중소형주를 많이 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팀 = 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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