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도컵축구>축구장 '나홀로 플레이' 판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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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격 셋,수비 하나.옆으로 밀어만 주면 골이 보장되는 완벽한찬스,더구나 볼은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리는 간판스타의 발에 걸려 있다.감독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를 태세고 팬들은 벌써부터 전광판에 스코어가 새겨 지기라도 한듯 요란하게 북을 쳐대며 열광한다.
여기서 「고급축구」와 「저질축구」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먼저 고급축구.교과서대로 옆으로 치고들어가는 동료의 발앞에 침착하게 밀어준다.
동료는 힘도 들이지 않고 발을 갖다대 간단히 한점을 올려놓은후 어시스트해준 선수와 즐거운 하이파이브를 나눈다.94미국월드컵에서 우승팀 브라질의 베베토-로마리우 콤비가 수없이 보여준 장면이지만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다음은 저질축구.볼을 잡은 선수는 먼저 이름값을 하고싶은 나머지 머릿속으로 온갖 장면을 그려본다.옆으로 달려드는 동료 역시 상대가 볼을 연결할지 안할지 긴가민가 해서 선뜻 판단이 서질 않는다.머뭇거리는 사이 어느틈에 달려든 수비수 가 볼을 걷어내 찬스는 날아가고 동료들과 벤치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경기를 이길 재간이 없다.
12일 유공-LG전(동대문)에서 LG 서정원이 보여준 「나홀로 플레이」는 승리를 추구하는 프로정신을 완전히 망각한 저질축구의 전형이었다.감독의 속을 뒤집는 「나홀로 축구」는 불행히도서정원의 전매특허만은 아니다.스타대접을 받는 전 방공격수로서 「여러 수」를 보는 골잡이로는 황선홍과 라데(이상 포항).고정운(일화)등 겨우 한손에 꼽을 정도다.
축구의 참맛은 화끈한 골장면에 있지만 골이란 절대 욕심이나 우격다짐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단수밖에 볼줄 모르는 「외길 철도」들은 따지고 보면 스타가 아니고 자신과 팀을 망치고 감독의수명을 단축시킬뿐 아니라 팬들을 등돌리게 만들어 축구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액물」들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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