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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죽기살기식 운전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진로를 방해한 차를 갓길로 밀어붙여 굴러 떨어지게 한 사건은우리의 운전문화가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와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바로얼마전 한 변호사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앞 을 가로 막으며여러차례 위협운전을 한 트럭을 대구에서 부산까지 추적해 고발한일이 있었다.우리 운전문화는 한마디로 「죽기살기」식인 것이다.
이러한 운전문화를 전혀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갑작스런 차량증가가 그 주된 원인이다.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에서 길이 한없이 막히다 보면 누구나 짜증나게 마련이다.게다가 운전기술만 배웠지 운전예의는 배운 바 없 는 사람들이태반이다보니 끼어들기.과속.난폭운전이 다반사로 일어나 운전자들은 너나 없이 거칠고 살기등등한 심리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평소엔 점잖던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딴 사람처럼 입이 험해지고 거친 행동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 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런 말투나 행동이 양해될 수 있는 것은아니다.또 운전때 하는 그런 말투나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기 십상이어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아니다.사회도 개인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교통체증이 완화될 전망은 없는만큼 그 해결책은운전예의를 몸에 배게 해주는 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운전면허는 운전기술력의 측정을 위주로 발급되고 있다.물론 운전면허발급에서는 운전기술력이 가장 중요하게 저울질돼야 하겠지만 앞으로는 운전법규의 준수도 그에 버금가는 비중으로 테스트하도록 면허시험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현재도 필기시험에서 부분적으로 법규준수의식을 테스트하고 있으나 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개인적으로도 양보운전 을 생활화해야 한다.바보가되는게 오히려 현명한 자세다.상대의 잘못을 따지고 가리며 절대로 지거나 손해보지 않으려는데서 운전문화는 갈수록 살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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