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쿼리그룹 존 워커 회장 “IB는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 탄생할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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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이 몰락했다고? 아니다. 형태를 바꾼 새로운 IB가 나올 거다.”

한국맥쿼리그룹 존 워커(53·일러스트) 회장은 최근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IB 무용론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이 금융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워커 회장과의 인터뷰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그룹 본사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지금이 기회인가 위기인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단기간에 키울 절호의 기회다. 다만 사려고 하는 자산의 가치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 맥쿼리그룹도 위기를 거치며 성장했다.”

-어떤 위기를 거치며 성장했다는 얘긴가.

“금융시장에서 위기는 항상 있다. 맥쿼리그룹의 성장사를 보면 1998년 러시아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시장이 폭락한 이듬해인 99년 뱅커스트러스트(BT) 호주법인을 인수했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으로 2004년 시장이 요동쳤다. 당시 ING증권 아시아법인을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자문사인 줄리아니캐피털을, 최근엔 캐나다 오리온증권을 인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년 전 2억 호주달러에 못 미쳤던 그룹의 이익 규모가 현재 18억 호주달러로 커졌다.”

-최근 맥쿼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호주 증시에 상장된 맥쿼리그룹의 주가가 지난달 30% 폭락하면서 그룹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시장이 급변할 때는 루머가 나오기 마련이다. 맥쿼리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맥쿼리그룹의 재무 상태는 건전하다. 지금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현금만 4년 전에 비해 4배 정도 불어났다. 맥쿼리그룹은 6월 말 현재 200억 호주달러가 넘는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게다가 사업이 다각화돼 있다. 브로커리지를 비롯해 자산운용·인수자문·자기자본투자(PI) 등에서 골고루 수익이 나온다. 이게 전통적인 IB의 핵심 업무다.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파생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한 IB가 몰락하면서 전통적인 IB 업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맥쿼리그룹이 바로 그런 모델이다. 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가 최근에야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우리는 이미 1년 전 지주회사로 바꿨다.

-IB 무용론과 더불어 내년에 도입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미국 IB 몇 곳이 무너졌다고 IB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자통법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IB는 몰락하지 않았다. 자통법을 통한 건전한 규제 하에 전통적인 IB가 성장할 수 있다.”

-현재 금융위기는 언제 극복될까.

“시점을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계획을 두고 “특정 외국 자본에 대해 특혜를 주기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상득 국회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가 맥쿼리그룹의 합작사인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였다).

“전혀 사실무근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말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지형씨는 맥쿼리의 직원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우리의 합작사인 IMM에서 파견한 직원이었다. IMM은 한국의 자산운용사다.”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얘긴가.

“현재로선 전혀 계획이 없다. 아직 인천공항공사가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못했다. 우리가 공항 운영에 강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특혜 의혹 시비가 불거지는 것 같다. 미래는 모른다.”

고란 기자

◆맥쿼리그룹=호주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도로·항만 등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다. 한국에는 2000년 진출했다. 산하에 증권·자산운용·캐피털 등 13개 사업부를 두고 있다. 국내에 투자한 총 자산은 18조원에 달한다. 420여 명의 직원 가운데 90%가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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