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언비어 정치풍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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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의장이 중임제(重任制)개헌론을 꺼내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한 야당총재가 공개된 자리에서 내년 대선(大選)이 없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일전에는 여당의 핵심인물이 북한의 급속한 붕괴 가능성을 들며,이것이 국내정치 에 미칠 영향을 밑도 끝도 없이 얘기하더니 이번 역시 북한사정을 빌미로 선거가 없을 수도 있다는 해괴한 설(說)을 공개했다.
평화적 정권교체경험이 일천(日淺)하고 불행한 헌정사를 가진 우리로서는 임기말이 되면 뒤숭숭하게 마련인데 정계의 지도자라는인물들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형세니 참으로 한심한 현실이다.
우리는 먼저 책임있는 인물들이 실체도 없는 시중의 설을 이런식으로 발설하는 것이 온당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고,이런 발언을 하자면 책임있게 근거를 갖고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임기말이 다가오면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아나라를 어지럽게 만들었는데 우리가 아직도 그런 정치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이러한 유언비어는 우리의 민주발전을 위해서도 백해무익(百害無益)하며 혹시 그런 것을 노리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에게 오히려 빌미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런 유(類)의 유언비어가 계속 나도는데대해 새삼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헌정의변칙사태와 같은 과거의 발상을 하는 무리가 있다고 믿고 싶진 않지만 또다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헛된 망 상이 있다면 스스로 묘혈을 파는 행위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는다.
국민들도 정치판의 이런 소문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말은 말을 만들어내 오히려 혼란만 증폭시킨다.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이때 우리가 유언비어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는가.정치인들은 엉뚱한 말을 만들거나 책임없이 말할 생각을 말고 국 민에게 생산적 정치를 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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