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공격 정당성 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세차례나 미사일 공격을 했다.미국은 이라크가 유엔안전지대내에 있는 쿠르드족을 공격했기 때문에 응징한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국제법상 얼마만큼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이라크군의 아르빌 점령문제다.미국은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위반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이번 조치가 쿠르드족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단순히 우리 영토내에서 우리 군대를 「이동」시킨 것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미국이 4일부터 발효시킨 이른바 비행금지구역의 확장이다.미국은 이 역시 유엔 결의안에 따른 제재의 일환이며 91년 걸프전 당시 결성됐던 다국적군 당사국들간 협의끝에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확장은 물론 비행금지구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미국측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이라크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안들은 모두 13개다.이 가운데 91년 4월5일에 통과된 결의안 688호가 쿠르드 문제를 주로 언급하고있 다. 모두 8개항으로 구성된 이 결의안은 1항에서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포함,이라크 민간인들이 억압당하는 상황」을 비난하고 있다.
또 2항에서는 이라크에 대해 「모든 이라크인들의 인권과 정치적 자유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극히 포괄적이고 피상적으로만 표현돼 있을 뿐 군사행동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등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를 보장 또는 허용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68년 정권을 장악한 이래 이라크국민을 탄압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또 걸프전 이후에도 정적이나 군부내 반대세력들에 대해 가혹한 탄압을 해왔음에도 미국이이를 이유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한 전례는 없었 다.
아르빌의 「점령」에 대해서도 미국은 『주변국들에 국제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킬만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격인 터키나 이란.시리아등은 「별로」라는 반응을 보여 미국측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정당 성의 결여를 시인하는 의견이 많다.미 국방대학의 이라크 전문가인 포이브 마르는 『(미국의)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차후에 미국이 안게될 부담이 적지않다고 지적한다.
유엔의 한 관계자도 『엄밀히 얘기해 미국의 행동은 국제법상 정당성을 찾기가 희박한 것이 사실』이라며 『걸프전때와 달리 미국을 견제하거나 저지시킬 나라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