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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바트로스" 예비군 교재대체 물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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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7월초 개봉됐다가 2주만에 막내린 영화 『알바트로스』가예비군 교육대상자가 관람할 경우 2시간짜리 시청각 안보교육을 대체해준다는 조건을 달면서 5일 재개봉하기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알바트로스』는 영화제작사 대일필름이 군복무중인 차인표.이정재.이휘재등 스타를 동원해 만든 반공영화로 국방부가 제작비중 6억원과 연기자.장비등을 지원해 눈길을 모았으나 흥행엔 참패했었다.
전례없이 「관람시 예비군 교육대체」를 내건 재개봉조치는 최근한총련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안보.반공의식을 고취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국방부측은 설명.그러나 여기에는 1차 개봉전부터 제작사인 대일필름측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대일필름 국종남대표는 『영화개봉 수개월 전부터 국방부측에 예비군들의 영화관람을 유도하도록 관람자 하루분 교육면제조치를 요구했다.그러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군측이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영화가 관객 5천8백여명의 저 조한 흥행실적으로 막내리자국방부측이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여 재개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대표는 『반공영화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가능한한 많은 사람이 영화를 관람해 안보교육 효과를 얻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방부가 직접 돈을 대고 후원한영화인 만큼 예비군 교육교재로 아무 하자가 없다』고 덧 붙였다. 그러나 이 조치엔 문제점이 적지않다는 지적이 높다.우선 교육면제를 노려 표만 사고 영화를 보지 않는 교육 대상자의 경우국방부가 의도한 교육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한채 극장.제작사측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욱이 교육 대상자에겐 입장료가 50% 할인돼 직원들의 업무이탈을 원하지 않는 회사들이 표를 단체구입한뒤 교육참가를 대체시킬 우려도 있다.한마디로 표만 팔리고 극장 좌석은 텅 비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국방부 예비군과 관계자는 『표에다 일일이 관람증명 도장을 찍게 할 수도 없고 솔직히 당사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없다』고 밝혀 대책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또 일반극영화를 예비군 교육교재로 대체시키는 것은 영화의 문화적 의미에 어긋난 처사란 지적이다.영화사측은 『국방부가 제작을 지원했고 내용도 귀순용사 조창호중위의 탈출기를 다큐멘터리적기법으로 재현한 만큼 일반흥행영화와는 차이가 있 다』며 예비군교육교재로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군부대나 예비군교육장 전용영화로 만들었어야지 굳이 일반극장용 극영화로 만든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대중의 평가가 끝나 종영된 작품을 예비군용 교육소재란 영화외적 논리로 재개봉하는 것은 문화상품으로서 영화의 의미를 무시한 처사란 비판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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