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 불구 사채시장 규모도 커지고 다양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금융실명제 실시에도 불구,사채시장은 더 다양해지고 범위도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사(私)금융시장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실명제 실시 이후 거액사채 시장의소멸로 사금융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금융업의 다양화.전문화 추세를 감안할 때 사금 융업의 범위는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그 이유로 ▶소액 전주(錢主)들의 경우 실명제 아래서도 당국에 포착될 위험이 낮고 ▶사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있는 데다 ▶신종 사금융업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높은 수익을거둘 수 있다는 점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신종 사금융업의 대표적인 예로 카드대출,가계수표 할인,자동차.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꼽고 이들 시장이 점차 커지고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사채시장 전문가는 『최근들어 사채시장 범위가 아주넓어졌다』며『예컨대 사채업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등에 투자형식으로 지원했다가 배당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어 『금융실명제는 자금주가 조세당국에 포착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높임으로써 사금융시장의 기반을 위축시키는 영향을 미쳤으나 자금주와 브로커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실명제로는 사금융거래가 근절될 수 없으며 사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제도금융으로 흡수되도록 개선하는 대책이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사금융시장이란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고 금융행위를 하는 것이아니라 사채업자에 의해 금전의 대부(貸付).금융중개.알선등의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사채시장 규모 얼마나 되나=94년중 국내 사채시장 규모는 약 33조8천5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금융연구원은 추정했다.이는당시 국민총생산(GNP.경상)3백2조8천6백70억원의 11.2%에 달하는 수치다.
72년 8.3조치에 의해 신고된 사채 규모는 3천4백56억원으로 당시 GNP(4조1천9백35억원)의 8.2%였다.
◇누가 이용하나=사금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여신이 아예 금지돼있는 업체 ▶금융부실거래자로 등록돼 금융기관 이용이 금지된 개인및 법인(95년1월말 현재 1백2만1천3백개)▶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 ▶세원(稅源)노출을 꺼리는 중소기 업등이다.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주고객인 셈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대체로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은행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부채비중이 높은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사금융부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용금액은=94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1회 평균 9천5백만원,개인은 약8백만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갤럽)됐다.
◇시사점=양원권(楊元根)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3조치와 같이 충격적인 방법을 통해 사금융을 양성화하면 그 효과는 단기적이며 오히려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흡수가 장기적으로 효과적』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