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질주는 도요타 벤치마킹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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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잉골슈타트 본사 공장에서 작업자가 생산된 A3를 최종 검사하고 있다. 이 차량은 한 조립라인에서 A4, Q5 등 여섯 종류의 차량을 1~2분마다 한 대씩 생산한다.


 “여러 차종을 한 조립라인에서 생산하니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도 끌어올릴 수 있죠. 13년째 24시간 3교대로 일해 공장 가동률이 100%입니다.”

지난달 30일 독일 뮌헨에서 북쪽으로 75㎞ 떨어진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본사 공장. 이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 조립라인에서 여섯 개의 모델을 생산하는 혼류 생산과, 판매 상황에 따라 작업자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전환배치 근무다. 도요타를 벤치마킹해 프레스 가공부터 조립라인까지 전체 1.3㎞의 생산공정에선 모두 6종의 차량이 동시에 생산된다. 이달 국내에 시판하는 A3 해치백부터 A4 세단과 왜건, A5 쿠페, 스포츠카인 TT,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Q5 다. 인기 차종인 A3는 88초마다 한 대, A4는 55초마다 한 대꼴로 생산된다.

공장 안내를 맡은 마티아스 리플은 “판매량에 따라 전환배치를 할 뿐 아니라 근로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높은 생산성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선 2~3개월에 한 번꼴로 근로자를 다른 생산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 공장이 생기면 회사와 노조가 협의해 순조롭게 전출이 이뤄진다. 매년 300명 정도씩 뽑는 신입 작업자는 보통 18세 정도에 입사, 3년 정도 3차원 가상공간을 이용한 혼류 생산을 교육받는다.

특정 차종의 판매가 부진해 생산량이 줄어들면 해당 라인의 근로자는 일손을 놓다시피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와는 딴판이다. 현대·기아차는 단체협상에 ‘노조와 협의해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인기 모델 라인은 토요일 특근에 잔업까지 하지만 비인기 모델의 경우 정규 근로시간에도 여유를 부린다. 전환배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생산성이 지금보다 20%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현대차의 혼류는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충남 아산 공장이 유일하다.

올해 들어 독일 고급차 업체의 경영이 순탄치 않다. 미국 판매 비중이 30%에 달하는 BMW·벤츠는 고유가와 경제침체의 여파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 이들은 최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5000∼8000명까지 감원도 했다. 반면 아우디는 미국 판매량이 전체의 8%에 불과한 데다 중국 등 신흥시장 판매 호조로 상반기에 성장세를 이어갔다. 13년째 신기록이다.

아우디는 109년 역사에서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난 여파로 1958년 다임러 벤츠가 인수했다. 하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해 64년 폴크스바겐 그룹에 매각됐다. 이런 경영위기를 겪다 보니 아우디는 신규 공장 건설보다 생산성 개선에 열심이다. 지금은 폴크스바겐 그룹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아 그룹을 먹여살리는 젖줄 역할을 한다.

아우디는 비용절감을 위해 자동화에 적극적이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공정에 로봇을 적극 투입한다. 차체(용접) 공정은 지난해보다 자동화율이 2%포인트 높아진 99.1%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생산성 개선으로 지난해 96만4151대를 판매, 336억1700만유로(약 57조원)의 매출과 27억500만유로(약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2년 연속 최고 실적이다.

잉골슈타트(독일)=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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