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판사들이 본 전두환.노태우씨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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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12및 5.18사건 판결에 대해 서울지법 대다수 법관들은 「법대로」의 판결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변호인 집단사퇴에 대한 재판부의 대응과 신변보호 요청등에 대해서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의견들을 보이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에는 판결 선고후 일반 지인들은 물론 동료및 후배법관들의 격려전화가 많았으며 이름을 밝히지않은 한 시민은 재판장인 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 앞으로 꽃바구니를 보내기도 했다.
K부장판사는 『전두환(全斗煥)씨에게 법정형대로 사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판사들은 사실 많지않았다.
선고전부터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다 극형선고가 여권에도 부담이 될수 있으므로 정치적 고려없이 법대로 판단한 것같다』고 全씨에 대한 사형선고를 높이 평가했다.
또 L부장판사는 장세동(張世東)씨등의 법정 구속과 관련해 『혐의가 무거운 이들에게 높은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재구속하지 않으면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우리더러 악역을 담당하란 말이냐」는비난을 들었을텐데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까지 구속 함으로써 신병에 대한 판단을 명쾌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박준병(朴俊炳)씨와 황영시(黃永時).정호용(鄭鎬溶)씨의 내란목적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도 증거에 따른 소신있는판단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변호인들이 집단사퇴하자 곧바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강행한 것과,판결선고를 앞두고 재판부가 경찰에 신변보호를요청한 대목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하는 판사들이 많다.
P부장판사는 『국민적 관심속에 진행되는 사건인 만큼 국선변호인 선임을 대한변협등에 의뢰해 그 의견에 따라 선임하는 방법도생각해볼수 있었는데 사퇴를 예상했다는듯 곧바로 국선변호인을 선임,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같은 인상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K판사같은 이는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가 신변보호 요청을 함으로써 판결에 대한 예단(豫斷)을 갖게했다.더구나 당당하고 소신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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