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의현장>7.경기도가평군 두밀리 자연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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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기도가평군가평읍두밀리에 있는 두밀리 자연학교(교장 蔡奎哲)에는 주말마다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자연을 흠뻑 느끼고 돌아간다.
『조그마한 씨를 심었는데 금방 내 키보다 더 커졌어요.옥수수는 6월과 7월사이에 가장 많이 자라죠.』박유진(朴油眞.10.
이대부속초등학교4년)군은 옥수수에 관해서는 박사가 됐다.5월에심은 옥수수를 8월에 따서 쪄먹고 수염과 껍질로는 인형을 만들었다. 대개 초등학교 교사들이 인솔하고 오는 어린이들을 위주로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한달에 한주는 가족단위로 오는 어린이들을받고 있다.
24일 토요일 오후.자연학교에 도착한 어린이들은 앞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지천으로 깔린 잠자리.개구리를 잡느라 정신이 없다.봄에 심어놓은 옥수수와 고추를 따서 저녁반찬과 간식으로 먹었다.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탈춤도 배우고 명상의 시간도 가졌다.
이곳에서는 여느 캠프에서처럼 취침시간이나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친구들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다가 자고 싶을때 자고 이른 아침부터 우는 장닭소리에 잠이 깨면 그때 일어나면 될 뿐이다.
하루종일 이곳 저곳 학원을 돌며 시달려온 어린이들에게 자유를만끽하게 하는 「어린이 방목장」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 자연학교의 목표이고 보면 특별한 통제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86년부터 시작,매년 5월부터 9월까지 개설되는 두밀리자연학교 강의는 교사.교수등 전문가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인솔해 오고 부모들이 광고를 보고 자녀와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1 박2일 참가비는 1만원,침구와 식사재료는 각자 준비해야 한다.
두밀리 자연학교의 인위적인 시설은 20여명이 잘 수 있는 천막 4개,가족 단위로 쓰는 간이텐트 4개,이동화장실 2개와 통나무 원두막이 전부.그러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시설은 호화로울정도다.자연학교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산에 자 라는 수많은 나무와 꽃들,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갖가지 곤충,앞개울에 노니는물고기와 개구리,밤이면 하늘을 덮는 별등 모두가 훌륭한 교과서다. 수박.참외.토마토.배추.고추.고구마.옥수수등을 직접 심어길러 먹고,별을 보면서 별자리를 배우고,앞개울에서 잡은 물고기로 민물고기에 대해 배운다.선생님들의 설명은 어린이들이 아는만큼 느끼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뿐 지식주입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 아들과 함께 온 임성수(林性洙.38.
회사원.인천남동구구월동)씨는 『도시문화속에서 자연과 접할수 없는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직접 만나 자연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02)423-6673.
가평=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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