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률 ‘환 헤지’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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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설정해 놓은 환 헤지가 오히려 펀드 수익률을 까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9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환 헤지를 선택할 수 있는 해외 펀드인 ‘삼성글로벌워터(Water)주식종류자’는 환 헤지를 했다면 연초 이후 수익률이 클래스별로 -17.55%와 -18.13%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환 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0.21%와 -0.46%로 상대적으로 나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펀드에 투자했더라도 환 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엇갈렸다는 것이다.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 환 헤지를 하면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든 환매할 때 애초 계약한 환율로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펀드업계에서는 해외 펀드의 80%가 이처럼 환 헤지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지난해 해외 펀드 가입 러시가 일어날 때는 환율이 너무 떨어져 걱정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펀드가 환 헤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투자한 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 환율이 오르면서 환 헤지가 펀드 수익률을 까먹는 역작용을 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이 생기지만 환 헤지 때문에 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몇 년 동안 환율이 줄곧 떨어졌기 때문에 환 헤지의 부작용을 미처 생각지 못한 투자자가 많았다”며 “환 헤지도 투자의 일부인 만큼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는 해당 국가의 통화가 강세가 될지 약세가 될지도 따져봐 환 헤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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