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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유행 속 ‘얼리어답터+신상족=샘플족’

중앙일보

입력

새로 나온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제품 샘플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색 사업이 문을 열어 알뜰 소비자들로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샘플랩코리아(mysamplelab.com)는 지난 17일 회원제로 운영되는 신상품 체험 공간 ‘샘플랩’을 오픈하며 ‘지갑 없는 무료 쇼핑시대’를 열었다. 샘플랩코리아 김동현 대표(43)는 이 곳을 “소비자가 마켓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는 장(場)”이라고 정의했다.

서울 서초동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샘플랩은 국내에선 조금 생소한 개념의 비즈니스다. 온라인에서 먼저 식음료, 가전, 주방용품, 화장품, 목욕용품 등 어떤 상품이 있는지 살펴본 뒤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시돼 있는 상품을 ‘몽땅’ 쓸어갈 순 없다. 샘플랩 사이트를 통해 연회원으로 가입(회비 2만원)하면 방문 때마다 신상품 최대 5개가 내 것이 된다.

대신 회원이 되면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상품 사용 후기를 올려야 한다. 설문에 응했을 때 쌓이는 포인트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가져갈 수 있는 상품 수가 늘어난다. 이곳을 방문하길 원하는 소비자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한 상품당 전시기간은 2주, 하루 800여명의 회원만 제한적으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김 대표는 ‘알뜰ㆍ호기심ㆍ적극성’ 있는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샘플랩에 가입한 회원 중 여성 비율이 70%. 그는 “오전엔 살림장만하려는 주부들이, 오후엔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저녁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19일 오전, 아기를 업고 샘플랩을 방문한 주부들은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릇 세척제, 건전지 수명 확인기, 코마개, 커피믹스 등을 한 아름씩 집어 갔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코노믹스(공짜경제)’가 이슈다. 상품을 공짜로 주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이유로 ‘2008년 경영트랜드’에 낙점됐다. 그래도 의문이 생겼다. 아무리 ‘공짜’지만 시간을 따로 투자해 오는 이들이 많을까. 김 대표는 초기비용 10억원을 들인 샘플랩의 성공 가능성을 100% 자신했다. “이미 일본 도쿄 1호점을 통해 검증됐다”는 게 그의 말. 일본 ‘샘플랩’사는 지난 2007년 10월 도쿄에서 첫 체인점을 열었다. 개점 당일 3000여명의 샘플족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1년이 채 안된 지금, 유료 회원만 4만여명이 넘는다.

일본에 한국 공산품 등을 수출했던 김 대표는 일본의 ‘샘플랩’ 사업을 시작 단계부터 눈여겨봤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샘플랩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아예 사왔다. ‘될 성 부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특허를 일본 회사으로부터 양도 받아 국내에 출원한 상태”라며 “일본과의 이익 쉐어(분배)는 없다. 국내 브랜드로 확실하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나 고가 화장품 등 ‘비싼 물건’만 가져가려는 소비자가 있지 않을까. 김 대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회사 측에서 소비자에게 무료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아니면 샘플이라도 그냥 가져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 2주간의 홍보 기간이 끝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할인권을 배포하거나 응모 행사를 열어 전시상품을 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단순히 기업 상품을 나열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중개에 그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샘플 중개 뿐 아니라 우리가 MD(merchandiser)역할도 함께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등에서 내놓는 신상품도 많아 어떤 기관에서 검증이 됐는지 테스트한 뒤 장ㆍ단점을 파악해 소비자에게 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에선 샘플랩 2~3호점을 준비 중이에요. 우리도 한국 시장에 맞는 샘플랩을 계속 확장해 2~3호 점을 낼 예정이고요. 지역별로 각 특산물 샘플장도 꾸며볼 생각입니다. 발품을 팔며 방문한 소비자껜 더 좋은 상품을 주고 우리를 통해 상품을 전시하는 기업에겐 오염된 (고객 만족도) 데이터를 주지 않을 겁니다.” 김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글ㆍ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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