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홈스쿨링 기법 중국·베트남에도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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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에디코 대표는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동화 속의 행복한 성(城)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교육업체 에디코의 김영철(47) 대표는 서울 신설동 본사 집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동화 이야기부터 꺼냈다. “월급쟁이 생활을 많이 해봤다. 직원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교육업체답게 그 수단을 교육에서 찾았다.

1995년 설립된 에디코는 13년 만에 직원 1300여 명과 중국·미국 프랜차이즈 지사까지 둔 중견기업으로 컸다. 지난해에 330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 사업은 방문교사가 초·중·고생 집을 찾아 일대일 교습을 해주는 홈스쿨링으로 3만5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인터넷에서 일대일 수업을 하는 사이버 화상 강의를 업계 처음으로 본격 도입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초등 영어교육 서비스인 ‘E&F 잉글리시’는 출시 2년 만에 전국 가맹점이 400개로 늘었다.

김 대표는 “중국에 홈스쿨링 사업을 수출해 중국 학생 회원이 900여 명에 달한다. 국내 사교육 시스템은 말썽도 많지만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열이 뜨거운 베트남이나 중앙아시아에도 우리 교습법을 수출할 계획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직원 교육을 중시한다. 회사를 ‘행복한 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름길이자 웅진· 대교 같은 쟁쟁한 회사 틈바구니에서 단시일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그는 믿는다.

“교육업체의 경쟁력은 직원들에게서 나와요. 저희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직원 교육 수준은 대기업 못지않다고 자신해요.”

이 회사는 신입사원 때부터 리더 교육을 시킨다. 전 직원은 해외에서 검증받은 자기계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카네기교육이나 피닉스세미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크리스토퍼 리더십 코스 등이다. 컨설팅 업계에 외주를 주는 이런 교육프로그램에는 통상 10주간 150만원 안팎의 교육비가 들어간다. 승진하려면 직급별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김 대표는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던 유도 선수 출신이다. 단단해 보이는 체격과 큼지막한 손바닥에서 유도인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고교 3학년 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체육대학 1학년 때 무릎 연골이 파열되면서 선수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졸업 후 YMCA 등에서 유도 강사로 일하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려고 한 출판사의 영업사원으로 들어간 것이 인생을 바꿨다.

“책과 담 쌓고 살다가 팔아야 할 동화책을 어쩔 수 없이 읽게 됐는데 스토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군요. 동화 속 세상을 현실로 옮겨보자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지요.”

열심히 뛴 덕분에 영업조직의 매니저로 발탁돼 꽤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내친김에 회사를 차리는 모험을 했다. 회사 이름도 교육을 뜻하는 라틴어 ‘educo’에서 따 왔다.

“사람에겐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잠재력이 있어요. 교육으로 우리 고객과 직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이 내 사업이지요.”

장정훈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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