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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찬 성범죄자 24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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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자발찌가 30일 가석방 대상자들에게 처음 부착된다. 김정우(27·가명)씨 사례를 바탕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일상을 가상해 봤다.

30일 오전 10시. 김씨가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5년 만의 출소다. 첫걸음을 내딛는 김씨의 오른쪽 발목에 어색한 부착물이 느껴진다. 그의 발목엔 의료용 실리콘에 우레탄이 섞인 부드러운 재질의 스트랩이 감겨 있다. 1시간 전에 보호관찰관이 채운 ‘전자발찌’다. 150g 정도의 무게지만 심리적 중압감은 크다. 김씨는 가석방 기간이 만료되는 4개월 동안 이 무게감을 지닌 채 생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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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누구라도 불러 술이나 한잔할까 했지만 곧장 집으로 향했다. 보호관찰관이 자신의 행적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각, 보호관찰관 A씨는 인터넷으로 ‘U-Guard’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전자발찌 첫 착용자 중 한 명인 김씨의 담당자다. 김씨는 2003년 친구 2명과 함께 골목길을 지나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집단 성폭행했던 사람이다. 요주의 인물이다.

A씨는 김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위치표시 창을 띄웠다. 김씨의 이동 지점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약자인 로 표시된다. 방향을 보니 곧장 집으로 가는 모양이다. 김씨의 위치는 1분 간격(보호관찰관이 임의로 설정 가능)으로 기록이 남는다. 다음날 김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느닷없이 발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용 추적 장치를 두고 나온 것이다. 휴대용 장치에서 5m 이상 멀어지면 전자발찌가 진동을 한다. 그날 저녁 김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근처 주택가로 향했다. 갑자기 휴대용 추적장치가 울렸다. ‘주의 경보’다. 보호관찰관에게서 즉각 전화가 왔다. 처음엔 ‘받지 않을까’했다. 그러나 다섯 번 이상 전화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착신되는 기능이 있다는 설명이 떠올랐다. A씨는 전화로 “과거 범행장소엔 왜 갔느냐”고 추궁했다. 보호관찰관이 ‘관심구역’으로 설정해 놓아 김씨의 위치가 자동으로 통보됐던 것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김씨는 전자발찌를 떼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자발찌에도 센서가 들어있어 탈착 내용까지 전송된다는 주의사항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세트당 100만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이 청구된다.

오후 10시30분. 술 생각이 간절했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보호관찰심사위원회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제한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리며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어 내려진 결정이었다.“드르륵” 휴대용 추적장치에서 진동이 울린다. ‘배터리가 저전력 상태이니 충전하라’는 메시지다. 김씨는 재택감독장치에 휴대용 위치추적 장치를 올려놓고 잠자리에 누웠다. ‘남은 가석방 기간을 무사히 보내야지’하는 마음뿐이었다.

박유미 기자



박기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3개월마다 심사 … 재범 위험 없으면 장치 풀어

 “전자발찌는 성범죄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자가 될 겁니다.”

박기준(50·사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30일 성범죄자들에게 첫 부착되면서 실행 단계에 진입한 전자발찌 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25일 본지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다. 박 국장은 “전자발찌 제도는 미국·독일·프랑스 등 10여 개국에서 시행해 재범 방지 효과가 검증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도 도입 취지는.

“상습 성폭력 범죄자들의 높은 재범률 때문이다. 성폭력범 중 54%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이 중 15%는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다. 성범죄 재범자 중 1년 내 재범률이 39%이며 3년 내 재범률이 67%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는 아동·여성·장애인 등 이 대부분이다.”

-기대 효과는.

“성범죄 발생 시 GPS를 통해 1분 단위로 위치 추적한 자료가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수사나 재판의 증거자료로도 활용된다. 성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치 추적만으로 재범 방지가 가능한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성행교정 조치를 병행할 예정이다. 징역형을 종료한 성폭력범에 대해서는 500시간 내에서 이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있다.”

-인권침해 우려에 대한 대책은.

“전자발찌 부착 후 3개월마다 심사해 재범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부착장치를 풀게 했다. 부착 사실을 쉽게 알 수 없도록 소형화했고 위치 추적 자료의 열람·조회는 수사나 재판자료 등의 목적으로 제한했다.”

-외국 사례는.

“미국은 44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가장 먼저 도입해 10년째 시행 중인 플로리다 주의 경우 재범률이 2배 이상 감소했다.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평생 채우는 게 원칙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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