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告額 20%만 인정 모든 수단 實事-선거費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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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관위 실사결과의 윤곽이 일부나마 밝혀졌다.예상보다 문제후보의 수는 많았다.20일 선관위는 실사결과 신고액이 그대로 인정된 후보는 지역구 출마자 전체의 2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물론 나머지 1천여명중 절반 이상은 고의성이 없거나 사소한 계산잘못등으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결백이 입증된 후보는 미미했다.뒤집어 보면 선관위가 이번 선거비용 실사작업에 쏠린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그만큼 철저히 뒤졌다는 반증이다.적 발된 현역의원 처리등 아직 최종결과 발표를 봐야 하겠지만 4.11총선 실사결과가 정치권의 관심을 모을 만하다는 점은 입증된 셈이다.실사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정치권에서 「제대로 잡아내겠느냐」「알맹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점등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번 실사를 위해 현장실사 뿐만 아니라 주변탐문조사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대다수 당선자들은 선관위 실사에 대해 기왕의 관행대로 그럭저럭 넘어가는 일과성 과정이겠거니 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게 사실이다.『선관위는 종이호랑이』라고 안심하다 허(虛)를찔리고 만 것이다.
선관위는 우선 오랜 지역인사들과의 안면에 따른 「봐주기」실사를 차단하기 위해 처음으로 교차(交叉)실사를 도입했다.서울 서초갑에는 강동선관위 직원을,강남갑에는 서초갑직원들을 투입하는 방식이다.실사인원도 전례없이 대규모 군단을 투입했 다.지난 5월중순부터 선관위 직원 1천4백7명과 국세청 조사전문직원 3백2명등 연인원 8만2천여명을 동원,현장을 훑은 것이다.물론 4개 정당의 중앙당과 후보를 추천한 지구당및 지역구후보 1천3백89명 전원이 꼼꼼한 검증대상이 됐다.
이번 실사과정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무기는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실사요원들의 「의지」였다.유급선거운동원이나 동책.반책등을 일일이 찾아가 돈의 수수여부를 캐묻는 과정은 기본.
특히 현행법상 명단 제출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소위 자원봉사자의 금품수수 여부를 캐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서울 중구의 한 실사요원은 『동네소식통인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얻어듣기 위해 1주일에 한번씩 미장원에 가 머리를 잘 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중랑구의 한 실사요원은 『노인정.복덕방에 죽치고 앉아 노인들과 장기를 둬주며 선거당시의 호시절 얘기를 끄집어내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경기도선관위 직원은 서울 을지로의 인쇄소를 찾아 실제 명함형인쇄물 제작 매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건」 올렸다.장부에는법정 매수만큼 명함을 제작한 것으로 돼 있으나 명함용지인 아트지의 구매량이 2배 이상 됐던 것.나머지 아트 지의 「행방」을꼼꼼히 추궁하자 업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고객을 가장해 후보가 계약했던 똑같은 용도와 물량을 상정,유세차량의 앰프 대여비용등을 업소에 넌지시 물어 오차(誤差)를 확인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송파갑선관위 실사요원들은 한 후보의 「식대」가 전무한것을 확인하자 후보사무실 일대 식당을 역(逆)탐문했다.사무실내자체식당에서 운동원들의 식사를 해결했다는 확인에 성공,추정식대를 비용에 포함해버렸다.
반면 실사작업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선관위직원들은 『다 지난 일인데 뭘 그러느냐』는 당선자들의 「준법마인드 결여」를 실사의최대장애로 꼽았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결국 톡톡히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최훈.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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