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 천태만상...심평원, ‘무한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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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지만, 보건당국은 관리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의료기관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 및 부당청구 관련 사례’에서 밝혀졌다.

곽정숙 의원의 자료 분석 결과, 인천시 남동구 A병원은 2001년7월부터 2003년9월까지 혈관조영술 카테터, 혈관조영술 가이드와이어, PTCA가이딩 카테터, PTCA 가이드 와이어, PTCA 벌룬 카테터 등 5개 품목 1만5722개를 구입해 놓고 2만4027개를 사용한 것으로 보험급여를 청구했다. 개당 평균 1.53회씩 재사용해서 5억6301만원을 부당청구한 셈이다.

서울시 송파구의 B병원은 2001년7월부터 2003년6월까지 혈관조영술 카테터, COPE 쉬스(sheath) 등 4개 품목 4만7144개를 구입해 6만1544개를 사용한 것으로 급여를 청구해 재사용율이 1.31회에 달했다. B병원은 이를통해 4억4286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대전시 중구 C병원은 2001년7월부터 2003년10월가지 혈관조영술 카테터, PTCA가이딩 카테터, PTCA Y-커넥터 등 6개 품목 7489개를 구입하고도 1만5584개를 청구, 재사용율이 2.08회(부당청구액 3억2400만원)에 달했다.

특히 대전시 D병원은 2001년7월부터 2003년9월까지 혈관조영술 카테터, PTA 풍선 카테터 등 8개 품목에 총 2654개를 구입했으나 무려 8885개를 사용한 것으로 청구, 재사용율이 3.35회(부당청구액 3억3150만원)로 높았다.

그러나 공개된 사례들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이며 2003년 이후에는 관리 유무가 명확하지 않았다.

예컨대 심평원은 올해 7월 부천세종병원이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을 통해 6억200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부당청구했다는 보건의료노조의 지적과 관련, 실사를 했으나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부천세종병원 건에 대해서는 “세종병원에 대해 세부거래내역 자료를 확인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 및 부당청구내역 확인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3년 이후 자료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이후 기획조사는 없었으며, 해당부서에서 현장조사를 하면서 항목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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