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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구, 간결함의 미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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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12면

유건욱 기자, 김성용(Studio Dragon)

60Vision
2년 전 압구정동에 문을 연 숍 ‘비전60s’의 상호는 가구 브랜드명이 아니다. 드로잉앤매뉴얼(Drawing and manual Inc.)이라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 중 하나로 1960년대에 생산된 가구·그릇·가방·운동화, 심지어 그 시절의 과자까지 당시의 좋았던 물건들을 재생산하는 일련의 작업명이다.

10년 전 나카오카 겐메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세운 디자인 회사 드로잉앤매뉴얼사는 직원 50명 안팎으로 브랜드 기획과 컨설팅, 웹&영상 디자인, 잡지와 서적 출판, 디자인 생활용품 기획·제작, 레스토랑 사업에 무농약 야채 농사도 짓는다.

나카오카는 자신들이 생각한 디자인을 도면 작업을 통해 실현해 만져 보고, 벽에도 붙여 보고, 주머니에도 넣어 가며 누리자는 생각으로 ‘드로잉앤매뉴얼’이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고, ‘디자인 백화점’이라는 뜻의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꿈의 백화점’을 만드는 연습 중이다.도쿄·오사카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디앤디파트먼트 숍이 47개 있고, 숙박 시설을 연계한 D&Motels Store, 다이닝 사업인 D&Department Dining, D&Coffee도 전개하고 있다.

60년대는 일본이 유럽 등지에서 기술을 배워 와 일본풍으로 일본인 체형에 맞춰 가구를 만들던 시절이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심플하고 튼튼한 게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제품이 많았다. 그래서 비전60 프로젝트를 공고하고 참여 회사를 모집했다. 가리모쿠·마루니·고토부키 등의 가구 회사를 비롯해 도자기 브랜드 노리다케, 69년에 생산된 중·고생용 스니커즈 브랜드 문스타, 삿포로 우유로 만든 일본의 건빵 과자 ‘호카’ 제조사인 후쿠리쿠제과 등 12개 사가 참여했다. 그리고 각 회사에서 물건을 만들어 가리모쿠60, 노리다케60, 호카60 등 ‘60’이라는 꼬리를 달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논현동 인디테일 쇼룸에서 비전60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텐도목공
성형합판 기술로 유명한 텐도목공은 40년 야마가타현 텐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야마가타현의 수종이 가구 만들기에 부적합해 나무를 휘는 성형합판(플라이우드) 기술을 개발해 내 유명해졌다니 이런 전화위복이 어디 있을까. 텐도목공은 50년대부터 이 성형합판 기술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명작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리 야나기의 버터플라이 스툴이 바로 텐도목공의 52년 생산품.

버터플라이 스툴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될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일본에서의 판매율은 높지 않았다. 76년부터는 스웨덴의 가구 디자이너 브루노 매트슨과 함께 MA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Sit on’이 아닌 ‘Sit in’을 강조한, 무척 편안한 라운지체어 ‘하이백 체어’는 지금까지 잘 팔리고 있다. 그들의 가구는 언뜻 북유럽 가구와 흡사한데 텐도목공은 자신들의 가구가 서구와 달리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주택 문화와 일본인 체형을 면밀히 고려해 디자인했음을 강조한다.

동양인이 서양의 라운지체어에 앉으면 누워서 TV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천장 구경을 하게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는 그런 디테일을 면밀히 따져 일본 가구의 모더니즘을 실현했다는 것. 텐도목공의 가구들은 성형합판 기술을 이용한 내추럴하고 간결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링 스툴, 로빈 소파 등 포인트가 될 만한 산뜻한 색감이 많다.

마루니목공
28년 히로시마에서 창업한 마루니목공은 “일본의 서양 가구 역사는 마루니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일찍부터 유럽 가구 공장의 시스템을 도입해 ‘공예의 공업화’를 모토로 근대화를 이룬 브랜드다.

마루니는 2004년 기존 마루니 가구의 클래식한 서양 스타일에서 벗어나 ‘일본의 사상을 담은 세계의 의자’라는 컨셉트의 ‘넥스트 마루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루니의 컨셉트에 공감하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의자·암체어·테이블 등을 만들어 냈는데 미니멀 디자인의 대명사 ‘±0(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의 나오토 후사카와(무인양품의 환풍기형 CD 플레이어도 그가 디자인한 것)와 마지스의 에어 체어, 삼성의 유럽폰을 디자인해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제스퍼 모리슨도 참여했다.

기존 마루니가 50~60대가 좋아하는 가구였다면 넥스트 마루니는 20~30대에게 반응을 얻고 있다. 넥스트 마루니 컬렉션은 대만과 유럽의 편집 숍에서도 판매하며, 국내에서는 인디테일과 가나아트갤러리의 자회사인 크로프트(암리스 체어 중 어두운 컬러인 섀도 시리즈 판매)에서 볼 수 있다. 10월 1일부터 열리는 2008 서울디자인올림피아드에서 넥스트 마루니의 의자 컬렉션이 전시될 예정.

칸디하우스
“나무 읽는 손을 가진 칸디하우스”라는 찬사를 듣는 이 회사는 68년 홋카이도 지방의 목재에 가공 기술을 더해 가구를 만들기 시작해 원목가구 생산과 설계 및 시공을 하는 토털 인테리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 고급 원목가구는 이미 20년 전 미국으로 진출했으며, 독일·스칸디나비아 지역과 교류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지구와 인간에게 안전한 가구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하는 칸디하우스는 한정된 목재 자원에 대한 고민으로 일본 내에서 오래 사용한 자사 소파의 쿠션을 교체한다든지 손때 묻은 가구의 손상된 부분을 수리해 주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트디렉터이자 인터럽케·코아 등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피터 말리와 함께 ‘토자이룩스’ 라인을 론칭해 주목받았다. 일본의 장인정신과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이 만나 정적인 아름다움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가구는 제주도의 핀크스 골프클럽 타운하우스에서 사용되고 있다. 칸디하우스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쾰른에 쇼룸이 있고, 국내에는 청담동 웰즈 매장에서 수입 판매한다.

현지 통신원 이은석
취재 협조 인디테일(02·542-0244, www.indetail.co.kr), 웰즈(02·511-7911)


1 서랍장 길드 크고 작은 서랍으로 면 분할의 재미를 준 서랍장. 웰즈에서 수입하고 있는 일본 가구 브랜드 다코미 코게이의 제품으로 이름처럼 수작업으로 모든 가구를 만든다. 아사이가와 국제공항에 라운지체어를 납품하면서 유명해진 회사

2 마루니60 1961년 생산되어 77년까지 인기를 끌었던 마루니목공의 소파 마루니60. 오크 프레임에 쿠션을 얹은 형태로 1인용, 2인용, 3인용이 있다. 재생산하면서 체크 등의 모던한 텍스타일을 사용하기도 했다.

3 마루니목공 (왼쪽부터) 옆에서 보면 마치 종이학을 접어 놓은 듯한 섬세함을, 정면에서 보면 미니멀한 평면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by 도모쓰 야기). 팔걸이 부분을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등받이를 뒤쪽으로 기울이고 팔걸이를 양쪽으로 넓혀 앉았을 때 편안하도록 디자인한 2006년 작품(by 나오토 후카자와). 뒤쪽 다리와 등받이를 일체형으로 디자인하고 판자형으로 다리를 만들어 캐주얼한 이미지를 살린 의자(by 제스퍼 모리슨)

4 알베로 옷걸이와 링 스툴 이탈리아어로 ‘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옷걸이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공간에서 훌륭한 오브제 역할을 한다. 50년간 사랑받고 있는 도넛 모양 스툴에도 성형합판 기술이 들어가 있다. 좌판을 안으로 살짝 함몰된 형태로 만들어 앉았을 때 안착감을 높인 것. 텐도목공 제품

5 호도쿠60 우레탄 발포를 이용해 안락감을 높인 라운지체어 시르지와 테이블은 호도쿠60. 69년 일본의 기술로 생산한 최초의 셸형 안락의자다.

6 토자이 테이블과 ML 체어 피터 말리가 디자인한 토자이룩스 라인. 미니멀한 디자인의 테이블은 다리 부분을 사선으로 처리해 리듬감을 주었다. 나무와 스틸, 직선과 라운딩의 절묘한 조화로 디자인한 암체어는 팔걸이가 있지만 지극히 심플하다. 칸디하우스 제품

7 오리주루 의자 마치 종이로 접은 듯한 느낌의 예술성 짙은 디자인. 텐도목공이 새롭게 도전한 성형합판 기술을 보여 주는 제품으로 디자이너 오쿠야마 기요유키의 2008년 신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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