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재산 實査할 손발이없다-국회감사관실 실무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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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원들의 재산누락과 은폐 의혹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국회 감사관실 실사실무팀은 13일부터 본격적인 실사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실사의 구체적인 방침은 오는 16일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되지만 기초적인 서류확인등 실무차원의 작업은 실사기간이 3개월인 점을 감안할때 한시가 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사팀의 고민은 하나둘이 아니다.무엇보다 큰 어려움은의원들의 재산 은닉 수법이 교묘해지는데 반해 실사 인력과 장비가 이를 뒤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산실사 기간중에는 밤샘작업이 예사죠.적은 인력으로 작업하다 보면 현장조사는 엄두도 못냅니다.』 국회 감사관실 한 실사반원의 말이다.올해 국회의원 재산실사 실무작업을 담당할 인력은모두 7명.그나마 감사관 1인과 비상근직원 1명을 포함해서다.
반면 올해 실사대상자는 의원만 1백84명.게다가 의원들의 재산신고에 포함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합하면 실사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내실있는 실사가 이뤄지는게 물리적으로 어려울수 밖에 없다.
공직자 사정(司正)의 서슬이 시퍼렇던 현 정부 출범초기인 93년의 예를 보자.당시 실사반은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현황만을 조사하는데 무려 1천5백53명을 조회해야했다.의원 3백28명 이외에 의원의 배우자및 직계존비속 1천2백25명까 지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이다.여기에 금융자산 조회대상자 4백79명을 합쳐서류조회 대상자의 수는 2천명을 훌쩍 넘었다.특히 금융자산의 경우 대상자가 너무 많아 등록재산 총액 30억원이상,미성년자 1인당 1천5백만원 이상 등의 조건을 붙여 조회대상 의원을 한정했을 정도다.
이러다보니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누차 현장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론 서류조사에 그쳤을뿐 현장확인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의 김기식(金起式)정책실장은 이를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으 로 꼽는다.
그는 『윤리위 자체가 비상설기구로 규정돼 있어 재산 실사를 담당하는 인력 확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국회 사무처소속인 감사관실에서 의원들의 재산실사를 담당하게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그나마 정부 공직자 윤리위는 각 부처의 감사관실 인력 수백명을 활용할 수 있으나 국회의 경우 감사관실이 유일한 실무지원기구다.
인력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다.국회의원 재산실사팀의 경우 아직까지 전산장비가 갖춰지지않아 실사작업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실사인력과 장비의 부족은 국회의원 재산실사가 부실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실제로 그동안 실사결과 최종 적발된 의원숫자는 93년 3명,95년 2명(94년은 없음)에 불과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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