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능방송 미비점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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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회원이 74만여명에 달하고 동영상 강의누적 다운로드가 212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양적인 면에서는 대입 수험생의 주요한 학습방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의 수준이 학생들의 기대보다 뒤떨어지고, 학습 진도가 늦다는 지적이 많아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내용이 부실한 졸속 강의가 방영돼서는 안 된다. 상당수 수험생은 기존에 다니던 학원의 지도보다 못하고, 졸속 강의도 적지 않다고 불평한다. 방송 전부터 서울 시내 학원의 유명 강사가 가르친다고 해 수험생들은 잔뜩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강의 질이 떨어진다고 외면하는 것은 교육당국이 당초 설정했던 강의 수준이 잘못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당장 강의 내용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 방송 강의를 지나치게 문제풀이식 위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방송 강의의 가장 큰 한계는 강의를 시청하다가 모르는 것을 곧장 질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도 그냥 넘어가면 학생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즉시 e-메일이나 전화로 질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직 교사나 학원 강사로 구성된 방송강의 지원체계를 지역별로 만들어 수험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능방송은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학부모들이 쏟아붓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자는 취지에서 실시된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방송을 외면해서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수험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을 찾아 다시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방송.교육과정평가원은 학생들의 불만을 외면 말고 수능방송을 수정하는 데 꼭 참작해야 한다. 또 교육부가 이미 밝힌 대로 다음달 전국 대입 수험생을 상대로 실시하는 수능모의고사에 방송 강의 내용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다. 기왕에 시작된 수능강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가정의 과외비 지출이 다소나마 줄어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