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화성 생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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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6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火星)을 탐사하는 「바이킹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을 때 한 권위있는 신문 발행인이 저명한 천문학자에게 긴급전보를 보냈다.「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없는지」에 관해 5백단어짜리 기사를 만들어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다.천문학자는 선선히 응낙하고 곧 기사를 보내왔는데 기사에는『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라는 두 단어만 2백50번이나 되풀이해 씌어져 있었다.
「바이킹계획」이 끝난지 얼마후 이 계획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가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기자와 과학자들로부터 역시 화성의 생명체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던 그 과학자의 대답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Yes or no)』였다.1세기에 걸친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화성의 신비를 벗겨내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에피소드들이다.
화성인이 있다는 주장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구한말 주한(駐韓)공사를 지내기도 했던 외교관 출신의 과학자 퍼시벌 로웰이었다.영국 소설가 H G 웰스는 그의 영향을 받아 『우주전쟁』이라는 공상과학소설을 발표했다.화성인이 영국과 미국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1938년 이 소설이 미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 방송됐을 때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진짜 화성인들이 공격해온 것으로 착각해 큰 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다.
『지구 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까』하는 문제는 오랜 세월동안 지구인들에게는 두려움이며 동시에 희망이었다.지구가외계의 생명체로부터 공격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요,생명과 존재의 신비가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다.
전파를 이용한 외계생명체 탐사작업(SETI)에 지대한 관심이쏠리는 것도 그 까닭이다.영화 『ET』의 흥행에 성공한 스티븐스필버그감독이 수익금중 10만달러를 SETI기금으로 내놓은 것도,NASA가 지난 92년 사상 최대의 SET I계획에 착수한것도 간절한 바람을 대변한다.
20세기가 가기 전 어떤 형태로든 외계생명체에 대한 결말이 나리라는 전망이고 보면 남극에 떨어진 화성의 운석이 30억년전단세포 미생물의 존재가능성을 보여준다는 NASA의 발표는 그 첫걸음인 셈이다.과연 외계생명체론이 지구생명체론 을 뒤엎을는지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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