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림픽참가 장경남 성추행사건 對美'임시領事權'시험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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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애틀랜타올림픽에 참가했다가 미성년자 추행 혐의로 체포.구속된북한 체조협회장 장경남(50)씨 사건(본지 8월7일자 23면 보도)이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보기엔 훨씬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우선 이번 일은 지난해 9월26일 북한과 미국이 맺은 임시영사보호권협약이 적용되는 첫 케이스다. 임시영사보호권협약은 국교를 맺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국가나 지역을 여행하던 자국민이 범죄로 구속될 경우 외교관이 면회를 통해 신원확인및 신변보호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따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황봉수 참사관이 5일 급히 애틀랜타로 가 장경남을 면회하고 신변보호에 나섰다(만일 북한을 여행하던 미국인이 같은 경우를 당한다면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의 외교관이 미국을 대신해 나서게 돼 있다).
이번 일은 또 최근 북.미간의 접촉이 종전보다 빈번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발생,미국측의 대응이 주목된다.미국 정부의 성의 여부에 따라 북한이 다른 정치적 이유로 협조하거나 반발할 소지가 있어 이번 일이 사실상 양자간 임시영사보호권행 사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6일 정례 브리핑에서 『황봉수 참사관이 장경남을 면회하도록 허용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6일 오전 장경남에 대한 예비심리가 벌어진 애틀랜타지방법원에 따로 변호사를 보내 경과를 지켜보게 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표명이 없으나 미국 법에서 분명히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일을 놓고 장경남을 어느 수준까지 「법대로」처리할지 주목되고 있다.
장경남의 신분도 주목거리다.분명한 확인은 어렵지만 그는 북한내에서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은 애틀랜타지법의 예비심리가 끝나면 조지아주법원으로넘겨지는데 애틀랜타시는 범죄율이 미국 대도시중 2위로 재판이 많아 재판일정을 잡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린다.
특히 애틀랜타지법은 이례적으로 장경남에게 5만달러의 보석금을책정,북한이 이만한 「거액」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현재 양측 변호사들이 보상금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번 사건에 미 국무부.카터센터.북한 유엔대표부등이 직접 나서거나 관심을 보이자 피해 어린이의 부모가 보상금 요구액(당초 7만5천달러)을 더 올리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장경남이 극장안에서 앞에 앉아있는 어린이의 「성기」를 만졌다고 주장하고있어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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