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분유, 유아에 치명적 세균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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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민에 이어 유아에게 치명적 유해 세균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간쑤(甘肅)성에서 발행되는 난주일보(蘭州日報)는 23일 “간쑤성 질량기술감독국이 저질 분유 사태를 촉발한 중국 분유업체 싼루(三鹿)사가 제조하는 분유 브랜드 ‘후이유(彗幼) 2단계’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카자키균은 장내 세균의 일종으로 신생아와 유아에게 치명적인 수막염, 패혈증, 발작, 괴사성 장관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다만 발생 빈도는 높지 않으며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민 분유 파문을 야기한 싼루사 제품에서 사카자키균까지 검출됨으로써 중국 분유업계와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쑨정차이(孫政才) 중국 농업부장은 23일 “원유 생산 단계에서 정부의 관리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며 관리 소홀을 인정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우유 저장창고를 정부에 등록시키고,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다짐했다. 질량감독국도 중국산 분유에 또 다른 유해 물질이 함유됐을 가능성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22일 리창장(李長江)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 국장을 경질하는 등 대대적인 책임자 문책에 나섰다.

◆당국, 올림픽 의식해 한 달 넘게 은폐=신화통신은 22일 “정부 공식 조사 결과 싼루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자사 분유를 먹은 아기들이 신장결석에 걸렸다는 항의를 접수했으나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싼루사는 6개월 뒤인 올 6월에야 조사에 들어가 분유에 멜라민이 섞인 사실을 파악했다.

싼루사는 두 달 뒤인 8월 2일 본사가 소재한 스자좡(石家庄)시 당국에 이를 보고했다. 그러나 시 당국은 한 달이 넘은 지난 9일 상부 기관인 허베이(河北)성 정부와 국무원 관계 부서에 이 사실을 뒤늦게 보고했다. 스자좡시 당국이 멜라민 검출 사실을 1개월 이상 은폐한 것은 올림픽 개막(8월 8일)을 앞둔 시점에 사건을 공개하면 중국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5만3000명이 넘는 유아가 신장결석에 걸리고 4명이 숨지는 사태가 이어졌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2일 중국의 유제품 생산업계에 대해 “양심도 없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양심 불량 기업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원 총리는 2006년 4월 23일 충칭(重慶)시 광다(光大) 젖소과학기술원을 방문해 “모든 중국인이 매일 한 근(500mL)의 우유를 마시게 하는 꿈이 있다”고 방명록에 썼다.

이 발언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중국의 우유 생산과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고 중국 정부는 대형 분유업체들에 품질 검사까지 면제해 주며 생산을 독려했다. 이런 이유로 원 총리는 이번 사태에 더욱 심한 배신감을 느껴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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