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버스를 타게 만들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의 교통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다.도로율은 제자리 걸음인데자동차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그렇다고 승용차를 사지 말라거나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결국 시민 다수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토록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혼잡통행세 징수 .주차상한제등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교통대책도 승용차이용제한으로 교통난을 풀어가자는 것이다.승용차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줘 이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수하려는 의도다.승용차는 수송부담률이 14.5%에 불과하나 도로점유율은 65%나 된다 .반면 버스와 지하철은 수송부담률이 66.5%(버스 36.7%,지하철 29.8%)나 되면서도 도로점유율은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특히 지하철은 도로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쾌적성.정시운행.다량수송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통문제 해결의 최선책은 지하철망 확충이다.일본 도쿄(東京)의 경우 자동차가 4백61만대로 서울시의 두배 이상이나교통체증이 서울보다 덜한 것은 시민들이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하는 탓이다.그만큼 도쿄의 지하철망은 잘 발달돼 있다.거의 모든지역을 커버하고 있다.그 결과 대학교수.대기업체부장.고급공무원등 사회지도층인사들까지 대부분 지하철로 출.퇴근한다.심지어 골프도 전철을 타고 치러 간다.
그러나 이처럼 지하철망을 확충하는데는 시간과 돈이 보통 많이드는게 아니다.지하철 1㎞ 건설에는 무려 5백억~6백억원이 들어간다.단시일내 지하철망을 대폭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렇다면 지하철망 확충때까지 서울의 교통문제는 도로 점유율이 낮으면서도 승객을 다량수송할 수 있는 버스쪽으로 승객을 유도하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최근 교통체증을 견디다 못해 승용차 출.퇴근에서 지하철 이용으로 돌아서는 사람은 늘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버스쪽으로의 선회는 드문 것같다.승용차 운전에서 생기는짜증과 피로감도 버스이용 때의 불편함보다는 나은 때문일 것이다. 버스는 시간에 맞춰 오지도 않고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을 예측하기도 힘들다.게다가 난폭운전.불친절.시설미비등 서비스는 최악이다.일반버스는 좌석이 22개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절반은 앉기가 보통 불편한게 아니다.바퀴부분 위쪽에 마련된 좌석(8개)에 앉으려면 잔뜩 무릎을 웅크린채 쪼그리고 앉아야 한다.또 버스 맨뒤쪽 좌석(5개)은 위치가 너무 높아 치마를 입고 앉기가거북하고 급정차때 앞으로 튀어나갈 것같아 불안하다.
그렇다고 서서 가는 것은 더 어렵다.급정차를 거듭하는 난폭한운전에 40대 남자들도 30분 이상 서서 가기 힘들다.정류장에서의 정차도 불규칙해 러시아워 때 버스를 타려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만 한다.에어컨이 장치된 일반버스는 18%에 불과하다.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일반버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매연으로 뒤덮인 공기를 마시면서 가는 것보다는 『교통지옥이긴 하지만 그래도 승용차가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좌석버스도 난폭운전과 불친절은 거의 마찬가지다 .도쿄의 경우 버스정류장에는 시내버스 운행시간표까지 마련돼 있다.운행시간을 제대로 지킬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버스전용차선까지 있지만정류장에 버스운행시간표는 없다.지난 1년간 버스요금이 세차례나올랐는데도 서비스는 똑같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시내버스요금은 원가상승분의 두배나 인상됐다.그러나 서비스개선은 항상 말 뿐이었다.승객을 짜증나게 하는 지그재그식 노선도 여전하다.이러고서야 어떻게 승용차 이용자를 버스쪽으로 흡수할 수 있겠는가.버스 의 쾌적성과정시운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버스이용자는 결코 늘지 않는다.요금을 올려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만이 교통문제를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서울시는 먼저 승용차이용 제한으로 교통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해 순서가 뒤바뀐 감이 있다.
〈전국부장〉 이석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