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 한국권투 자존심 살린 이승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복싱에서 유일한 메달을 따낸 라이트헤비급의 이승배(李承培 25.용인시청)는 보기드문 학구파 복서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그는 2년뒤 94년 아시안게임 복싱 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따낸뒤 글러브를 벗어던졌다.자신 의 꿈인 교수가 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잠시 휴학했던 동국대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다시 등록했다.
그러나 책에 파묻혀 지내길 잠시.지난해 7월 복싱계의 부름을받고 9개월여만에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애틀랜타를 겨냥해 국내에 그만큼 믿을만한 복서가 없었기 때문이다.92년에 이어 두번째 태극마크를 단 그는 그해 9월 아시아지역예선 (우즈베키스탄)에서 2위로 애틀랜타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이번 올림픽에 대비,미들급에서 라이트헤비급으로 한 체급 올렸다.중학1년때 라이트플라이급에서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올린 체급만도 무려 10차례.한 체급도 올리기 쉬운 일이 아니 었다.게다가 라이트헤비급은 동양선수들에겐 한계로 인식돼온 체급.
그러나 뛰어난 체격조건(184㎝)에 왼손잡이 복서로서 지구력이 강하고 스트레이트의 정확도가 높아 일찌감치 세계정상급 복서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지난 84년 의정부 복지중에 입학하면서 체육교사의 권유로 샌드백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인근 대한체육관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잘생긴 용모에 명랑한 성격의 이승배는 4남2녀중 다섯째로 국내복싱계에서는 알려진 효자로 꼽히고 있다.의정부에서 두칸짜리 사글셋방(보증금 8백만원에 월4만원)에 살고 있으나 현재 연금으로 받는 3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주택부금에 넣 고 있다.언젠가는 사글셋방을 면하기 위해서다.
40년 넘게 버스 운전기사로 살아온 아버지 이종철(李鍾澈.66)씨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2월부터 회사 통근버스를 몰고 있다.
이달께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사모를 쓸 예정이었지만 올림픽 출전으로 내년초로 미뤘다.
김상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