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 투자은행 간판 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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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본 도쿄의 한 직장인이 뉴욕 등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지수가 표시된 증권사 전광판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다. 이날 도쿄 증시의닛케이지수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소식에 힘입어 전날보다 1.42% 상승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IB)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상업은행 시대가 열렸다. 세계 5대 IB 중 마지막 남았던 업계 1, 2위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바뀐다. 3~5위인 메릴린치·리먼브러더스·베어스턴스는 이미 다른 곳에 팔렸거나 파산했다.

22일 일본 미쓰비시UFG는 모건스탠리의 주식 10~20%를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37억5000만~85억 달러 정도다. 미쓰비시UFG는 또 당국의 승인을 받아 모건스탠리 이사회에 회사 관계자 1명 이상을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막 내린 월가 신화=미국 은행이 투자·상업 두 종류로 나뉜 것은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이 만들어지면서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금융업종에 칸막이를 세우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어발식 금융자본주의가 공황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상업은행은 예금을 받아 돈을 빌려주고, 투자은행은 주식·채권 같은 투자업무와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으로 돈을 벌었다. 이 법은 99년 상업·투자은행 일부 겸업이 허용되면서 무력화됐다. 투자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는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았다. 자기자본의 몇 배에 달하는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경제가 잘나갈 때는 상업은행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부실자산이 쌓이기 시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업계 1~5위가 반년 새 간판을 내리거나 투자은행이란 이름을 버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은행지주사로 바뀌는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은행을 산하에 둘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극심한 자금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해 긴급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대신 두 회사는 FRB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대상이었다. 윌리엄 아이작 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총재는 “이제 우리가 알던 월가는 끝났다”고 말했다.

◆“외국 금융사 부실도 구제”=미국 정부가 챙겨야 할 대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당초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만 사주겠다던 재무부가 자동차·카드 대출을 포함한 모든 부실 금융자산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집을 차압당할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추가 구제안을 요구하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일요일인 21일 ABC·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외국계 금융사의 부실자산도 받아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계라도)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미국인을 고용했다면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구제금융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년간 7000억 달러를 쏟아 붓기로 한 구제금융안이 나오기 전에도 내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43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었다”며 “경제학자들은 내년 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하 기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 곳이 상업은행이다. 국내 은행과 같은 개념이다. 유가증권 인수·중개와 기업 구조조정 자문을 하는 곳이 투자은행이다. 국내에선 주로 증권사가 투자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한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자 국내에도 투자은행 모델을 따라가자는 열풍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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