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페인 철수지역 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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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요구와 영국군 내의 반대 여론 사이에서 시달리고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스페인군이 철수한 공백을 메워줄 병력을 영국이 추가로 보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군 내부는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군이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2000명을 추가 파병한다면 영국군에게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군이 철수한 지역이 과격한 시아파 지도자인 알사드르의 근거지인 나자프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국군이 작전을 펼쳐온 남부 바스라 지역보다 훨씬 위험하다. 알사드르를 제거하기도 힘들지만, 그럴 경우 더 큰 반발을 살 게 뻔하다.

더욱이 영국군 지도부는 미군의 지휘 아래 강경 일변도 정책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부 군 지휘관 사이에선 "미국식으로 하다가는 나중에 전범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러자면 영국군이 독자적인 지휘권을 확보해야 한다. 스페인군에 대한 지휘권은 지금까지 폴란드군이 행사해 왔다.

전술적 차원에서 지역이 확산됨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전선이 확대됨에 따라 보급로 확보 등 군수지원에도 많은 병력이 투입돼야 한다.

영국 정부는 군 지휘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수주일 내에 추가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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