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퍼마켓’ 알뜰주부 파고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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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수퍼마켓과 대형 마트의 중간 형태인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빠르게 늘고 있다. [GS슈퍼마켓 제공]

서울 자양동에 사는 주부 김은희(35)씨는 얼마 전부터 장보기 습관을 바꿨다.

주말마다 찾던 대형 마트 대신 그때그때 필요한 식품을 집 앞 대형 수퍼마켓에서 사기 시작한 것. 김씨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차 몰고 나가기도 부담스럽고,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충동구매를 하는 것 같아 근처 수퍼마켓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필요한 만큼만 사게 되니 결과적으로 식료품비가 10% 이상 줄더라”고 말했다.

고유가·고물가 시대에 수퍼마켓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체인점 방식으로 운영하는 ‘대형 수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SM은 매장 규모가 1600㎡ 안팎으로 동네 수퍼마켓과 대형 마트의 중간 형태다. 롯데그룹의 ‘롯데슈퍼’와 GS리테일의 ‘GS슈퍼마켓’,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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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배달, 전화 주문 가능”

SSM은 이름처럼 대형 마트와 일반 수퍼마켓의 장점이 섞여 있다. 대형 마트가 있는 유통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공동 구매 방식으로 공산품 값을 대형 마트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 또 동네 수퍼마켓과 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위치해 차가 필요 없다. 무료 배달, 전화 주문, 소량 판매 같은 서비스도 수퍼마켓식이다.

GS리테일 슈퍼마켓사업부의 한경수 부장은 “SSM의 이런 장점은 경기 침체기인 요즘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며 “큰 돈을 쓰기 꺼려하는 주부들이 필요한 물건만 조금씩 사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 성장

기업형 수퍼마켓이 최근 2년 새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기업형 수퍼마켓 빅3(롯데슈퍼·GS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장 수는 285곳이다. 대형 마트 빅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매장 수(281곳, 홈플러스는 홈에버 포함)를 넘어선 것이다. 이들 기업형 수퍼마켓 브랜드는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전국 매장이 210여 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들어서만 70여 곳의 매장이 새로 생긴 셈이다.

최근 100호점을 낸 롯데슈퍼 외에 GS슈퍼마켓·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올해 안에 100호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연말이면 전국의 SSM 매장은 310여 곳에 달할 전망이다. 실적도 크게 늘고 있다. 롯데슈퍼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40%, GS슈퍼마켓은 11.5%나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슈퍼의 김일환 상품본부장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대형 마트의 급부상 계기가 됐다면, 최근의 경기 침체는 기업형 수퍼마켓의 급부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SSM이 성장할수록 자영업자인 수퍼마켓 상인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대기업이 SSM을 내세워 동네 영세상인의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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