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유출되는 기름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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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햇동안 교통사고로 유출되는 기름이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흘러나온 양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5시34분쯤 경북경주시탑동 관광주유소 앞길에서 4.5 트럭과 프린스승용차가 정면충돌한 뒤 흘러내린 기름으로 인근도로가 뒤덮였다.
당시 구조에 나섰던 경주소방서 119구조대 신경철(申慶徹)대장은 『환경오염은 물론 추가 사고위험도 컸지만 제거장비가 없어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24만8천8백65건.이중 차량이 크게 파손된 사고는 15만7천여건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써비스 대구사업소 최윤흥(崔潤興.56)씨는 『차량파손사고 10건 가운데 1건 정도는 연료가 유출된다』고 밝혔다. 사고차량 1대에서 유출되는 기름은 평균 30ℓ정도.
사고당 파손차량을 2대로 보면 연간 1만5천여건의 연료 유출사고에서 약 9백의 기름이 흐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12월 남해안을 온통 기름범벅으로 만들었던 「씨프린스호 사고」로 유출됐던 벙커C유 양(7백)을 훨씬 넘는 수치다. 여기에 차량 1대당 3ℓ 가량 들어가는 엔진오일과 1ℓ용량의 미션오일까지 감안하면 유출기름 양은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담당하는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도로에 흘려버린 기름을 제거할 대책이 거의 없는 실정.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는 것은 119구조대.하지만 소방서에는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장비조차 없다. 경찰에서도 모래를 뿌려놓고 위험표지판을 설치하는 정도가고작이다.
일반도로에서 오염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처리를 맡는 곳은 관할 시.구청 환경보호과.이곳에는 오염방지용 장비가 갖춰져 있지만 대형유출사고 이외에 환경보호과에서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흘러나온 기름은 완전 무방비 상태로 흙에 스며들거나 빗물에 씻겨 강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아스팔트도로의 경우 유출된 기름을 신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도로가 심하게 파손된다』는 것이 한국도로공사측 지적이다.
대구=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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