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늦깎이 가수 장사익 '입소문'타고 음반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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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나이 마흔다섯에 대중음악계에 뛰어든 늦깎이 가수가 있다.아직방송매체를 통해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음에도 『요즘 대단한 가수가 나왔다더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다.
그의 이름은 장사익(46.본지 6월13일자 43면 보도).좋게 표현해 토속미가 물씬 묻어나는 충청도 사투리와 수더분한 용모는『과연 뭘 믿고 이 험한 음악판에 뛰어들었나』하는 핀잔을 듣고도 남음이 있다.그런데 그의 노래를 단 한번이 라도 들어본사람들은 『타고난 가수가 틀림없는데 여태껏 뭘 했느냐』고 또다시 그를 타박한다.지난달 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던 사전심의폐지 기념공연에서 그는 당대의 쟁쟁한 스타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다소 기가 죽은채 무대에 섰지만 『찔 레꽃』『하늘가는 길』『국밥집에서』등 3곡을 부르고 나자 관객들은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장사익은 93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다만 우연한 기회에 대금 명인 원장현으로부터 배운 태평소 소리에 미쳐 피나는 수련을 쌓은 것이 그의 타고난 장인기질을 발산하는 유일한 출구였다.결국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농악대의 일원 으로 전주대사습놀이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나가 장원을 휩쓸면서 이름을 알렸고 사물놀이패 이광수와 노름마치에서 활동하게 됐다.
그러던중 그는 또 한사람의 「귀인」을 만나게 된다.양악기 피아노를 치며 국악판을 기웃거리던 임동창이 재미삼아 부르던 장사익의 노래를 듣고는 대번에 소리꾼으로서의 자질을 알아보고 음악감독의 역할을 자청한 것.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 게 된 것이지난해의 데뷔음반 『하늘가는 길』이었다.물론 아무도 그의 노래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기대를 걸지 않은 음반사도 워낙 소량을 제작했기 때문에 그의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희귀음반」이 돼 버렸다. 장사익의 진가는 더디게 드러났다.기존 가요에 길들여진귀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가요도 아니고 창(唱)도 아닌 그의 노래에는 듣는 이의 가슴을 뻥뚫어 주는 울림이 있다.마이크의 도움이 없이도 드넓은 무대를 쩌렁쩌렁 울리는 뱃심과 지 천명을바라보는 나이값하듯 세상살이의 신선한 맛을 고스란히 전하는 진솔한 목소리.1년여가 지난뒤 PC통신을 무대로 활약하는 아마추어 비평가들과 몇몇 매체에서 그의 노래에 주목했고 묻힐 뻔하던『하늘가는 길』은 공급물량이 부족함에도 대형 레코드매장의 최신판매순위에서 20위권에 올라 있다.
그는 현재 서울송파구의 조그만 작업실에서 후속 음악작업에 여념이 없다.지난해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를 여행한 그는 『그 옛날의 문명은 온데간데 없지만 대자연은 여전히 장엄함을 목격했다』며 『당시의 감동을 소리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 다.그 작업을 위해 전남 진도지방의 소리와 구음(口音),전통불교음악인 범패를 공부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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