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일본문학계 여류작가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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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문학계에서도 여성작가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 2개를 30대 여성작가들이 동시에 거머쥘 정도.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1백15회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가와카미 히로미 (川上弘美.
38)와 나오키(直木)상을 수상한 노나미 아사(乃南.35)가 그 주인공.
가와카미는 초등학교.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두명을 둔 주부다.
대학(오차노미즈여대 생물학과)에서 배운 자연과학 지식으로 환상소설과 SF문학을 써온 그녀는 요즘에도 하루 몇시간씩 컴퓨터통신을 하는 컴퓨터광이다.가장 좋아하는 것은 파충류 .수상직후의인터뷰에서도 『파충류,특히 뱀을 좋아해요.조용히 숨쉬고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아요? 뱀을 보면 항상 만지고 싶어요』라고 했을 정도다.
이번 수상작도 『뱀을 밟다』.발에 밟힌 뱀이 인간으로 변신,자신을 밟은 젊은 여성의 일상생활에 살짝 끼어드는 것을 그린 작품으로 환상과 현실세계가 얽혀든 현대판 우화(寓話).선정위원회는 『일상적인 삶 주변의 자잘한 이야기를 뛰어난 문체로 풀어나갔다.환상적인 이야기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압권』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나오키상의 노나미는 「일본의 애거사 크리스티」로 불리는 추리소설 작가.수상작인 『얼어버린 싹』은 도쿄(東京)주변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연속살인사건을 쫓는 남녀 형사를 그린 공포소설.
5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의 모티브는 엄청나게 큰 개를 보고나서부터.범인 추격장면이 압권인 이 소설에서는 개가 사건을 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30대 여성작가의 돌풍에 일본 언론들의 반응은 덤덤한 편이다.그러나 이들이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일본독자들의 수요가 「재미있는 문학작 품이 최고」라는 쪽으로 바뀌어버렸다는 분석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가와카미와 노나미 두사람도 『내 작품이 재미있다면 그것만으로만족한다』며 『무슨 대단한 철학을 발견하려면 일찌감치 책을 덮는 쪽이 좋을 것』이라고 친절히 덧붙이고 있다.그러나 둘의 저력은 만만찮다.가와카미는 2년전에도 『노파(婆) 』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본선에 올랐으며 노나미도 88년 『행복한 아침식사』로 일본추리서스펜스 우수상을 받은바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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