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리포트>테러우려 삼엄한 지구촌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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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림픽도시 애틀랜타에 무장한 정복경찰 모습이 도처에 보이지만조금도 어색한 인상을 주지않는다.관광객에게 드러나지 않는 사복경찰들이 그만큼 깔려 있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그런데 이것이 삼엄하거나 긴장분위기를 거의 조성하지 않으니 이상한일이다.공중에도 「애틀랜타경찰」과 「안전정신」이 선명하게 새겨진 비행선이 24시간 올림픽도시를 감시한다.
2백30여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TWA800기 공중폭파사건 이후 경비가 크게 강화된 것이다.미연방수사국(FBI)의 수사결과 미사일공격 또는 폭탄장치에 의한 폭발로 굳어지면서 경찰이 긴장하는듯 하지만 애틀랜타는 여전히 잔치분위기 에서 각국이금메달 사냥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미국의 북부지역은 초상집 분위기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CNN등 TV뉴스와 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등 유력신문사들이 올림픽 개막 직전 일어난 TWA800기의 비극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연설에서 이 비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근대 올림픽 1백주년 기념잔치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는 깊은 배려탓이지만,아무래도 미국이 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기힘든 모습이다.그래서 올림픽도시에도 표면에 드러 나지 않는 불안과 긴장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같다.많은 관광객들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망이 오히려 긴장감을 지워준다고 말했는데,기자도 전적으로 동감이다.인명보호를 위해 폭염속에 고생하는 경찰의 노고에감사할 뿐이다.
지난 6월하순 리옹의 선진7개국(G7)정상회담은 테러에 대한극약처방을 마련했으나 별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 것같다.사우디의「코바르」미공군기지가 자살특공대의 기습테러 공격을 받아 19명사망,5백여명 부상이라는 비극적 사건의 기억 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시 TWA800기가 미사일 테러에 희생되었으니 엄청난충격과 고뇌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게다가 테러 악순환의끝이 안보이니 더욱 큰 문제다.
그래서 탈냉전후 새 전쟁이 테러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애틀랜타올림픽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포성없는 평화시대의 축제로 평가받았다.5년전 걸프전쟁이후 국가간 전쟁이 종식되었다고 군사전문가들이 진단하기도 했다 .보스니아.
체첸.카슈미르.인도네시아등의 분쟁은 어디까지나 국경안의 시민전쟁이라는 것이다.보스니아에도 평화의 종이 울려 지역분쟁도 진화과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세계화가 「선전포고」를 유명무실화 했다는 낙관론이대두했으며,국경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정으로 일소된다는 것이다.이 낙관론 뒤안길에서 선전포고와 얼굴없는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알제리의 이슬람해방전선(FIS)을 새 전쟁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FIS가 자국내 요인과 외국인을 무차별 암살하면서 테러영역을프랑스등 유럽전역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미공군기지의 테러범이 「변화를 위한 회교운동」이라는 원리주의 단체라는 사실은 테러전쟁의 성격을 어느정도 설명해 주는 것같다.이것이 21세기형 새 전쟁양식으로 구체화될지는 아직확실하지 않다.다만 TWA800기 폭파 테러가 애틀랜타축제에 재를 뿌리고 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섭일 본사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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