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니, 이스라엘 총리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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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카디마 당 대표 경선 투표를 한 후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텔아비브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치피 리브니(50)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8일 집권 여당인 카디마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총리직에 바짝 다가섰다고 BBC와 AFP 등이 보도했다. 리브니 장관이 의회 내 군소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부패 혐의로 사임 의사를 밝힌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로부터 자리를 물려받는다. 1969~74년 총리직을 역임한 ‘철의 여인’ 골다 메이어 이후 34년 만에 나오는 이스라엘 여성 총리다.

리브니 외무장관은 샤울 모파즈 교통장관과 맞붙은 17일 당대표 경선에서 43.1%의 지지를 얻어 42%의 득표율을 기록한 모파즈를 간신히 물리쳤다. 당선이 확정되자 올메르트 총리는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환영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당장 연정 구성이 급하다. 카디마당의 의석이 29석에 불과해 의회 전체 의석(120석)의 과반수를 확보하려면 연정이 필수적이다. 42일 안에 연정을 꾸리지 못하면 90일 내에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다른 정당이 리브니의 ‘러브콜’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그가 당선 직후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새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당장 내일부터 다른 정당 대표들과 만나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동평화협상도 난제다. 모파즈에 비해 비교적 온건 평화파로 알려진 리브니가 이란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베긴 사타트 전략연구소 새뮤얼 샌들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교 측면에서 보면 리브니는 훌륭한 선택이지만 이란과의 긴장이 여전한 상태에서 정치 경험이 부족한 그가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58년 텔아비브에서 유대인 지하운동조직인 ‘이르군’의 지도자 에이탄 리브니의 딸로 태어났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서 4년간 일했다. 83년 결혼과 함께 모사드를 그만두고 바르일단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정치인으로 나서기 전까지 1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99년 우익 리쿠르당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부패한 기성 정치인에게 신물 난 국민에게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며 ‘미스 클린’으로 불리는 등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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