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운도 따라야만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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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실력과운」을 겸비했다.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레슬링의 양정모도 몽골의 오이도프에게 패했으나 오이도프가 미국의데이비스에게 지고 양이 데이비스를 꺾어 우승할 수 있었다.
당시의 룰은 한번 져도 상대의 전적에 따라 우승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룰이 바뀌어 한번이라도 패하면 우승권에서 탈락하게 된다.
양정모 외에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김원기와 한명우.김영남(서울올림픽)등도 예선에서 강호들과 만나지 않아 무난히 결승까지 올랐고 결승에서도 상대가 부상을 입어 쉽게 이기는행운이 따랐다.
23일 한국 유도가 한꺼번에 2개의 금메달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실력+운」이었다.
조민선.전기영은 초반부터 다크호스들이 탈락,손쉽게 결승까지 올라 무난히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반면 이날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4체급은 모두 초반부터 세계최강인 러시아 선수들과 만나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을 꺾으면 메달권 진입이 유력했으나 예상대로 모두 패해 은.동메달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도중하차해야 했다.
『세계 최고의 챔피언은 신(神)이 정해준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애틀랜타에서] 권오중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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