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4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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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 무렵이면 습관처럼 인용하던 '4월은 잔인한 달'. 과연 잔인할 정도로 치열하게 새것을 길어냈는지 돌아보는 끝자락이다. 보다 깊고 다양한 발견의 싹을 기대하면서 이달의 응모작을 조심스럽게 펼쳐 본다.

장원에 '봄산'을 올린다. 봄산의 겉과 속을 같이 살피는 시선과 참신한 감각이 빛나는 작품이다. 연시조의 구조나 이미지 면에서 긴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듬직하다. 그렇지만 '손톱 둥근' 같은 작위적인 표현은 경계를 요한다.

차상에 오른 '흔적, 깨금발 딛고'는 압축이 돋보인다. 압축 속에서도 두 수의 이미지가 무리 없이 조응하는 점과 나름의 긴장 유지에 믿음이 간다. 제목을 구체화하고 구태의연한 비유를 벗으면 탄탄한 후속작을 낼 듯 싶다.

차하의 '가풀막길에 서다'는 주제가 잘 전달되는 장점을 지닌다. 그만큼 생에 대한 성찰의 진지함은 보이는데, 상투적인 표현과 이완을 넘어서는 힘이 달린다. 형상화를 통해 이를 극복할 때 사유도 깊이를 얻을 것이다.

형상화 이전의 단계에서 의욕만 앞서는 응모작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형식과 내용을 새롭게 아우르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맛에 시조의 오묘한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압축과 절제를 늘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 더욱이 습작기에는 단수를 통해 시조의 형식미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신선한 작품이 많이 나오리라는 즐거운 예감으로 새 달을 기다린다.

<심사위원:김영재.정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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