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차 참사] 중상에도 '휴대전화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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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5일 오전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사고의 사망자가 76명, 부상자가 456명으로 늘었다. 밤샘작업으로 맨션 1층 주차장을 들이받은 첫째 열차에서 일부 승객들을 구조했지만 대부분은 종이처럼 구겨진 객차 안에서 즉사한 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사고의 1차 원인은 과속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차가 이 구간에서 탈선하려면 시속 133km를 넘어야 한다"며 "기관사가 운행시각에 맞추기 위해 과속 운전하다 커브길을 만나자 당황해 급제동을 거는 바람에 열차가 원심력으로 탈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열차의 구조적인 결함도 문제로 떠올랐다. 사고 열차는 JR니시니혼(西日本)이 1991년 만든 '에너지 절약형 열차'다. 차체가 경량 스테인리스로 제작됐다. 강철보다 제작원가가 싸고 가벼운데다 전기값이 덜 든다. 그러나 충격에 취약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열차사고로 재일동포 1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고 한국 외교통상부가 26일 밝혔다. 사망자는 효고현 이타미시에 거주하는 전모(35.여)씨였다. 부상자 양모(50)씨는 중상이지만 의식은 분명한 상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 고베(神戶)방송국의 아나운서인 고야마 마사토(小山正人.51)가 탈선 열차에 타고 있다가 중상을 입고도 휴대전화로 가장 먼저 사고 소식을 알렸다. NHK는 고야마의 감투정신 덕택에 민영방송을 제치고 가장 먼저 긴급 자막뉴스를 내보낼 수 있었다. 고야마는 왼쪽 갈비뼈가 다치는 큰 부상을 당했으나 휴대전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고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다 30분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1976년 NHK에 입사한 고야마는 고베 방송국 최고참 아나운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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