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산책>3.이강덕 '가야금협주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창작국악사에서 가야금협주곡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손꼽히는 이강덕(李康德.68)씨.
그는 41년 이왕직(李王職)아악부 6기생으로 입학할 때는 피리를 전공했으나 졸업할 때는 거문고로 전공을 바꿨다.또 당시 일본인 선생에게 서양음악 이론을 배움으로써 작곡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처녀작은 62년 5.16 1주년 기념 신국악 작곡공모에 당선된 『새하늘』.당시 심사를 맡은 고(故)김기수(金琪洙)선생은 『주제나 전개가 잘 조화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기에 아악(궁중음악)의 전통에 영향을 받았던 그의 작품세계는 68년 그가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민속악 쪽으로 기울게 된다.시립국악관현악단에 다수 포진하고 있던 민속악의 대가들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따 라서 아악에 기반을 뒀던 김기수 선생과는 다른 작품세계를 구사하게 된다. 이강덕의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70년부터 20여년간발표해온 7편의 『가야금협주곡』.그는 초견(初見)실력이 매우 뛰어난 당시 가야금의 명인 박미령씨를 위해 산조풍의 연습곡을 만들어줬는데,나중엔 가야금협주곡을 작곡하기에 이른 것이다.따라서 그의 작품 소재는 거의 산조(散調)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산조의 구조와 형식에 익숙해 있던 연주자들이 선호했던 그의 작품은 특유의 화려하고 경쾌한 선율전개로 청중들에게인기를 끌었다.
그의 가야금 협주곡의 형식은 각각 독립된 선율로 이뤄진 서주.주제.연결(또는 전개).종결.카덴차로 구성돼 있다.서양식 주제 발전보다 전통음악의 자연스러운 선율 흐름이 강조되다보니 주제의 간결미.압축미가 결여돼 다소 지루하고 진부한 느낌을 준다. 창작국악의 창시자였던 김기수 선생이 보여줬던 음향에서의 실험정신은 찾아볼 수 없지만 독주곡 위주의 민속악(산조)을 재구성,관현악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서양식 협주곡 양식을 그대로 차용하기보다 나름대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이것은 창작국악의 연주 여부가 연주자들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지금의세태를 잘 말해준다.
김미림<작곡가.서울대 국악과 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