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制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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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형 개발사업이 초래하는 환경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도입된 우리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부실한 내용과 엉터리 운영으로겉돌고 있다.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단 한건의 사업도 취소된 적이 없다는 역설적인 사실이 유명무실한 이 제도의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다.「환경피해 묵인법」이라는 극단적 얘기까지듣고 있는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의 문제점및 이 제도의 운영실태.
개선방안등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썩은 물」 방류로 국가적인 환경현안으로 등장한시화호 방조제(12.7㎞)가 착공된 것은 87년6월.그러나 이방조제 축조가 주변 해안및 내륙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이보다 4개월 후인 같은해 10월 완료됐다.환경 훼손 정도를 먼저 따져본 뒤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식을 거스른 무리한 사업시행이 지금과 같은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왔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골프장 건설의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집중 추궁했었다. 의원들은 『89년 삼화환경관리(주)가 작성한 경기도 곤지암그린힐.여광골프장의 경우 65개 항목중 71%인 46개 항목이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평가서를 컴퓨터에 입력해놓고 수치만 몇가지 바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시행과정에서도 이미 결정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다.시화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의 경우 환경기초시설을 갖춘 다음 실시하라는 평가협의가 무시돼 결국 썩은 호수가 됐다.
이처럼 제도가 도입된지 20년 가까이 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이때문에 환경부는 그동안 여러차례 보완을 거듭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을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개정안의 주요 골자와 지난달 27일 경실련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제시된 쟁점사항들을 짚어본다.
▶한국환경영향평가원 설립=비상설 기관인 평가위원회 대신 상설기관을 설립,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자는 방안.평가원은 평가와 관련된 정보.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평가기법을 개발.보급하게 된다.환경부는 공정한 평가업무를 위해 독립기구 화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총무처.재경원은 예산문제등을 들어 반대입장이다. ▶환경영향 재평가=최초 평가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환경피해가 발생할 경우 「평가원」이 재평가하는 것으로 특히 단위사업별 평가로는 나타나지 않는 지역 전체의 환경영향까지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미 협의가 끝난 사항을 재평가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배출허용기준 이행수단 도입=평가협의 때 수질환경보전법등 개별 법령상의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수단이 현재는 없다.개정안에서는 협의된 허용기준을 개별 법령의 허용기준으로 간주,이에 따라 처벌도가능하도록 했다.
▶이의신청=현행법에는 평가협의 내용에 대해 사업자만이 이의를제기할 수 있도록 돼있다.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민이나전문가들도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평가서가 부실할 경우 재평가를 지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 다』고 요구했다. 환경부 정도영(鄭道永)평가제도과장은 『그동안 「사후 추인하는 식」으로 운영돼온 환경영향평가제도에 실질 심사기능을 추가,사업의 가부에 대한 판단까지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석기.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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