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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보는 사람 마음에 울림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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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시
보는 사람 마음에 울림

◆이배·정현 2인전= 흰 바탕에 무심한 듯 죽죽 그은 검은 선(이배·사진上), 서로 지탱하며 뻗어 올라가는 공사장 철골들(정현·下). 전시장의 작품들은 단순하고 힘차다.

재불화가 이배(본명 이영배)는 나무가 타고 남은 숯을 이겨 만든 물감을 찍어 강한 붓질로 툭툭 치듯 털어내듯 그렸다. 이 위에 밀랍을 덧씌우니 숯그림은 미색 바탕에서 더욱 윤기를 발한다.

처음엔 그저 가난한 유학생활에서 물감 값을 아껴보려는 시도였지만, 이내 그는 숯 화가로 이름을 알렸다.

조각가 정현은 폐철근의 벌겋게 녹슨 표면과 거친 형태를 그대로 살려 덤덤하게 쌓아올렸다. 산업쓰레기가 높은 곳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치고, 사람 모양으로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은 신산함을 견디는 우리네 삶 그대로다. 작가는 녹슨 드로잉도 내놓았다. 흰 페인트칠한 철판을 긁은 뒤 2년쯤 방치해 두니 벌건 녹이 싹트듯 나왔다. 숨김없는 세월의 무게다.

예술은 제 역할 다 한 고물에 새 생명을 줬다. 최소한의 행위로 만든 이들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에 최대한의 울림을 남긴다.

두 사람은 1956년생 동갑내기이며, 홍익대 및 대학원 동문이고, 파리 유학생활을 함께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각각 2000년·2006년)에도 잇달아 선정됐다.

미술 담당 권근영 기자

▶9월 25일까지/서울 소격동 학고재/무료/02-739-4937


연극
젊은이들의 사랑 방정식

[연극열전 제공]

◆쉐이프(the Shape of Things)=“선을 넘으셨습니다. 아가씨….” 갤러리 같은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그때 들리는 첫 문장, 그게 이 작품의 테마다. 연극 ‘쉐이프(the Shape of Things)’는 감각적이며 트렌디하다. 마치 TV드라마를 옮겨 놓은 듯 일상적인 부분에 촉각을 세운다. 변화한 세태, 달라진 젊은이들의 사랑 방정식을 담아낸다. 그리곤 묻는다. “어디까지가 사랑이며 예술일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상관없을까.”

등장인물이 4명 뿐인 이 작품의 주제는 ‘경계 넘기’다. 첫 번째 도발자는 여주인공 세경. 세련된 알파걸 이미지의 그는 어수룩한 대학생 양우를 꼬드긴다. 그리고 확 뜯어고쳐 놓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은 물론이요, 운동도 하게 만든다. 심지어 코 성형수술까지 시킨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에서 한발 더 나아간 ‘애완남 키우기’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양우 역시 일탈한다. 친구의 애인이자, 과거에 그가 좋아했던 지은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우리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건 아니다. 마지막 극적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상황을 일시에 허물어 배신감마저 들게 하는 세경의 주도면밀함. 이 부분에 관객은 경악한다. 지난해 ‘썸걸즈’로 국내 연극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영국 작가 닐 라뷰트는 이번에도 가볍게 건드리되 결코 비켜가지 않고 본질적 문제에 칼끝을 세우는 솜씨를 발휘했다.

공연 담당 최민우 기자

▶10월26일까지/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일반 3만5000원, 학생 2만5000원/02-766-6007


영화
전도연 발자취 한눈에

지난해 칸영화제에 참석한 영화배우 전도연씨. [중앙포토]

◆2008 전도연 특별전=이제 그녀에게 ‘명배우’라는 호칭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밀양’으로 ‘칸의 여왕’에 등극한 그녀다. ‘2008 전도연 특별전’은 명배우 전도연이 남긴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그의 새 영화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의 개봉을 기념하는 기획이기는 하나, 30대 현역배우의 전작 상영은 흔치 않은 일이다. 캐릭터와 장르를 불문하고 연기 폭을 넓혀온 독특한 스펙트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연작 라인업 또한 버릴 게 없다. 1997년 ‘접속’에서 2007년 ‘밀양’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열 작품은 곧 ‘충무로 르네상스’의 살아있는 기록이다.

스크린 데뷔작 ‘접속’은 PC통신이 등장하는 신감각 멜로이자 충무로 뉴웨이브의 신호탄이었다. 최루성 멜로 ‘약속’(1998)은 훗날 ‘너는 내 운명’(2005)에서 발화되는 전도연표 통속 연기의 싹을 보여준다. 재투성이 16세 산골소녀로 분한 ‘내 마음의 풍금’(1999)은, 화장기를 말끔히 지우고 엄마와 딸 1인2역에 도전한 ‘인어공주’(2004)로 이어졌다.

파격적인 노출을 불사한 ‘해피 엔드’(1999)는 전도연의 근성을 보여준 대표작이다. 액션 느와르 ‘피도 눈물도 없이’(2002), 풍속 사극 ‘스캔들’(2003)을 거쳐, ‘밀양’(2007)에서는 세상을 놀래킨 걸작 연기를 선보였다.

한석규·박신양·이병헌·설경구·배용준·박해일·황정민·송강호 등 함께 호흡한 상대 배우들의 면면도 ‘걸작급’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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