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눈총 터키湯 전국서 신설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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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일 오후11시쯤 서울강남구 N호텔 터키탕 입구 대기실.10여명의 술취한 남자들이 잡담하며 기다리고 있다.30여분후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종업원이 3평 남짓한 방으로 안내한다.이때종업원이 『화끈한 서비스는 필요없느냐』고 취객을 유혹한다.방에는 희미한 조명 아래 간이 침대와 욕조가 준비돼 있고 구석 쓰레기통에는 쓰고 버린 피임기구.휴지가 수북하다.
영업자 준수사항에는 여종업원(입욕보조자)이 퇴폐행위를 일절 못하도록 돼있으나 대부분 업소가 오일 마사지나 속칭 「막터기」라는 음란.퇴폐행위 정도는 일반화된지 오래다.요금은 13만5천원. 이 터키탕 여종업원 金모(27)씨는 『하루에 10명 안팎의 손님을 받는다』며 『손님에 비해 아가씨들이 너무 모자라 1천만원대의 선금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고 말했다.
퇴폐와 과소비의 논란이 일고있는 터키탕이 공중위생법규의 개정으로 7월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풀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터키탕 신설 붐이 일고 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쟁적으로 서비스요금을 낮추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목욕업 전체를 신고제로 바꾸면서 터키탕만제외시킬수 없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
복지부의 법개정을 기다렸다는듯 업소마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종로구 S관광호텔은 이미 지난달말부터 사우나탕을 터키탕으로바꾸는 수리작업을 시작했다.
터키탕은 관광호텔에만 설치하도록 돼있으며 수는 현재 1백13개.슬롯머신 사건이 터진 뒤인 93년 8월이후 퇴폐업소란 이유로 신규허가가 묶여 희망자가 줄서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터키탕이 없는 관광호텔 75개 가운데 38개가,광주시는 6개 전부가,대구시는 26개 가운데 3분의2를 넘는20개가 이미 신청할 뜻을 밝혔다.복지부측은 전국적으로 1백50~2백개가 신설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때문에 퇴폐.과소비의 확산은 물론 여종업원 확보를 위한 납치.인신매매까지 우려되고 있다.업소당 20~30명씩 모두 5천여명의 여종업원이 새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터키탕 관련법의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끝낸 상태다.입법예고 기간중 한국교회여성문화센터등은 「이성 입욕보조자를 두어선 안된다」「출입제한에 내국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시행규칙에 둘 것을 주장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영렬.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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