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봉으로 아는 수도권 골프장, 살고 싶으면 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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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1인당 그린피가 23만원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건 뭔가요. 대여료가 8만원으로 돼 있는데 뭔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우리 일행이 클럽을 빌린 것도 아니잖아요.”
그제야 카운터의 여직원은 별걸 다 묻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카트 대여료입니다. 1인당 2만원씩이니까 총 8만원입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요금 내역서를 주머니에 넣고는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겪은 일이다.

4인 그린피만 92만원에 카트 대여료를 합치니 딱 100만원. 도우미 수고비(캐디피) 10만원에다 식ㆍ음료비를 모두 합하니 130만을 훌쩍 넘었다. 내역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김치찌개 한 그릇에 1만2000원, 주스 한 잔이 8000원이었다. 예상치 못한 비싼 이용 요금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과 미국의 골프 문화가 판이하다지만 이용 요금만큼 차이가 나는 것도 없을 듯싶다. 필자가 연수 기간 머물렀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골프장의 그린피는 15~60달러 수준. 특급 골프장 몇 군데를 제외하곤 그린피가 100달러를 넘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요금 체계도 다양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요금을 30%가량 할인해 주고, 해 질 녘 골프장을 찾으면 ‘석양(Twilight) 요금’을 적용해 절반 정도의 그린피만 내면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음료수와 핫도그 가격은 각각 2~3달러. 여기에 카트 대여료는 2~5달러였다. 의무적으로 카트를 사용해야 하는 국내와는 달리 카트를 빌리지 않아도 무방했다. 한국 골프 100년사와 골프장경영협회 자료 등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350명이던 국내 골프 인구는 40년 만에 270만 명으로 늘어났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70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의 골프장 개수는 5개(68년)→300개로 60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68년 국내 골프장 이용료는 250원, 2008년 주말 그린피는 23만~26만원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면 40년 만에 그린피가 1000배 이상 오른 셈이다.
도대체 국내 골프장 이용 요금이 왜 이렇게 비싼지 답이 나온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골프장이 마음대로 요금을 올려 받아도 골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프장 대표들은 “골프장 이용 요금 가운데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21세기에 들어서도 특별소비세를 납부하는 곳은 룸살롱과 골프장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지만 찐 계란 한 개에 5000원, 자장면 한 그릇에 1만2000원이나 받는 일부 골프장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마디로 골퍼들을 봉으로 보는 행위다.

그러던 수도권 골프장들이 요즘 울상이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장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그린피가 싼 지방 골프장으로 몰려갈 조짐을 보이자 수도권 골프장들은 망하게 생겼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뿐인가. 국내 골프장 600개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배짱 장사를 하던 골프장들도 이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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